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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카드」놀이-대학교수들이 진단한 그 원인과 대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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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음 세대의 주인공인 대학생들이 모이면 미래의 설계나 자아의 탐구를 외면하고, 도박성 「카드」놀이를 즐긴다고 하여 대학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 하숙방에서 「캠퍼스」, 심지어는 강의실에까지 번지고 있는 학생들의 「카드」놀이는 자치활동이 극히 제한되고있는 요즘 부쩍 성행하여 일반의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같은 대학생들의 도박행위에 대해 이상주 박사(서울대사대·교육학)는 그 원인을 다음과 감이 지적했다.
즉, 첫째 다른 활동에서 그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룹」활동은 제한 당하고 있고 학구에는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다음은 그들에게 심리적 불안을 주는 모든 행위로부터 도피하고 싶어하는 상태다. 그들에게는 시험과 어려워져만가는 취직, 강제성을 띤 군사 훈련이 모두 정신적 부담을 안겨주는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셋째, 교수와 학생이 자주 만나는 「그룹」활동이거의 없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심한 「롤·캄플릭트」(역할갈등)를 느끼고 있다. 자신은 내일의 주인인지? 혹은 오늘의 주인공인지?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해야할 것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학교 내에서의 그들의 위치와 함께 정리해줘야 한다.
이리한 과정은 교수와 학우간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포괄적인 표현으로 대학의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토론하는 「아카데믹·다이얼로그」가 없을 때 이들은 자칫 사행행위로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의철 교수(서울대학생지도연구소장·심리학)는 대학의 분위기 가운데서도 특히 학생활동을 위한 시설의 미비를 문젯점으로 들였다. 일반적인 학우들의 분위기는 자치활동이나 학술단체활동이 금지된 뒤에 체념하고 개별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그는 다만 「레크리에이션」시설이 전무하여 결국 이같은 도박을 오락으로 즐기는 것이라고 보았다.
「히피」풍의 학생들을 제한하여 더 큰 부작용이 있는 것처럼 이러한 행위도 제한이나 금지보다는 「서클」활동의 점차적 완화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시설의 구비가 먼저 강구되면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그는 보았다. 학생들의 「카드」놀이는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알고있다는 이해영 교수(서울대문리대·사회학)는 도서관시설이나 학생휴게실 등 학교환경이 학생위주로 된다면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풍조를 탓하기보다는 그들을 위한 시설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 번지고있는 이같은 풍조를 한배호 박사(고대·정치학)는 좀더 심각하게 파악했다. 이를 『빗나가고 억압된 자치활동의 결과 빚어진 좌절감의 표징』으로 단정한 그는 10·15사태와의 관련에서 이 문제를 보아야할 것임을 지적했다.
그들의 자치활동이 「딜레마」에 빠지고 정신적 욕구를 채우지 못한 허탈상태에서 강압된 욕구의 배출구를 이런데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허탈상태나 욕구불만을 학교자체가 채워줄 수 없게되면서 교수는 더 많은 갈등을 갖게되고 학생의 지도라는 면에서는 완전히 무력화하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중교육에서 오는 인간적 접촉기회의 소원이 요즘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무력감이 팽배한 학우들의 비생산적 도박행위는 앞으로 근본적 치유가 없는 한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박형구 박사(미 「에모리헨리」대 교수·사회학)는 지적했다. 4·19이후 자신을 가졌던 학생들의 자부심은 이번의 사태로 한꺼번에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학칙은 그들에게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패배감을 주었으며 행동의 선택이 극히 제한 되어버린 경직된 심리상태를 갖고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도박 뿐 아니라 마약·술·담배 「히피」풍 등이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학생들은 그들에게 내려진 제한을 승복하지 않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그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기회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에서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은 있는 것 같다.
대학생사회를 ①적극적인 정치학생 「그룹」 ②계몽파 학생 「그룹」 ③유흥적 「그룹」ⓛ학구파 ⑤직업지향성의 소극적 취직파 학생 「그룹」 등으로 분류한 이상주 박사는 유용적 「그룹」의 학생이 그들에게 압력이 많아지면, 그 사회상황에 따라 확대될 가능성이 점점 많아지라는 저을 지적했다.
요즈음의 상황, 즉 학우들이 갖는 갈등의 원인은 대학외적인 것이 많으며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학의 일차적 기능을 강화하는 작업이라고 그는 처방했다.
더욱 구체적인 것으로 한배호 박사는 건전한 자치활동의 제약완화, 접촉을 통한 교수-학생의 상호작용을 계속해 나가야할 것으로 보았다. 박형구 박사는 또한 모든 발전은 강한 제약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기성세대가 그들을 적대시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대화를 통해 상호이해의 풍토를 이루어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든 체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각종 사회참여나. 자신을 위한 단체활동을 기성사회가 반체제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서 발랄한 그들의 활동의욕을 지나치게 억압할때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 대학내외의 일반적 의견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그들만이 패배와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이나, 대학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생각을 버려야하며 정부당국이나 학교를 포함한 기성사회는 대학의 일차적 기능을 조속히 회복시켜야한다는 의견이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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