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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문위의 기능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번 예산국회에서 지방자치제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하던 야당은 여당과 협상한 끝에 지자제 개정문제를 다루기 위한 소위를 구성하고 이 문제를 여기에다 일임키로 했다 한다.
이로써 지자제가 짧은 기일 안에 실시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다.
그러나 야당 측은 현재의 여건 하에서라도 지방자치제 운영에 있어, 야당 측의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각시·도 자문위에 야당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측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서 김 내무는 『국회의견을 존중하여 앞으로 지방행정에는 학식이 풍부한 인사들로써 행정자문위원회를 구성, 여야가 추천한 인사가 최대한으로 참여토록 지도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헌법이 규정하고있는 지자제실시를 무기한으로 지연하고 있다는 것은 그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찬성할 일이 못된다. 그러나 국회가 지자제개정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가능성이 희박해진 오늘의 시점에 있어서는, 어떻게 하면 지방행정에다가 민의를 최대한으로 반영시켜 그 관료적인 독선화를 막느냐 하는 실질적인 방법을 강구하는 수밖에는 딴 도리가 없어 보인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얼핏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자문위원회」에 전문가나 그 지방에서 존경받는 유지인사들을 널리 참가시켜 가지고 가능한 한 최대의 민의를 반영시켜 나가면서 행정의 효율화를 촉구해 나가는 것이다. 현재도 서울특별시를 비롯, 각시·도에는 행정자문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거기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보면 그 대다수가 이러한 민의 반영이나 행정의 효율화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이 자문위에는 주로 개인적인 친근 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친여적인 인사들만이 참여함으로써 시·도마다 유명무실한 또 하나의 어용기관이 생겨났다는 비판을 받게된 것도 이 때문이라 할 것이다. 행정자문위가 이처럼 한낱 어용기관으로 전락해버린 까닭으로, 그것이 지방행정의 민주화·능률화에 도움을 주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지방자치제에 기식하는 무익한 존재로 화했다는 비난을 받게된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여건 하에서나마 각지방자치단체에 행정자문위를 두어야할 근본정신을 살리고 싶거든 우선 그 위원의 인선부터 공명정대히 해 나가야 한다. 지방행정이 당파적 대립에 휘말려든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은 못된다. 때문에 자치제의 장은 그 지방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각계 각설을 실질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인사들을 초당파적 입장에서 위촉하는 한편, 그들이 갖고있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살리기 위해, 기술부면에 있어서의 전문가들을 대담하게 기용토록 해야한다.
그리고 일단 자문위를 구성한 이상 자치체의 장은 이를 생매장하여 유야무야한 존재로 만들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회의를 소집하고 혹은 개별적인 자문을 요구해 나감으로써 그 기능을 최대한으로 살려나가도록 해야한다.
엄격히 말한다면 행정자문위의 구성 원칙이나 그 법적 지위에 관해서는 국회를 통한 입법조치가 필요한 것이지만 우선은 내무장관의 지시를 가지고서라도 이 제도의 운영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해야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자문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을 예찬하거나 그 실정을 합리화시켜주는 타락한 존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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