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로 다스린 뒤늦은 「강권」|시내 무허가 빌딩 정비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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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는 4∼5년 동안 방치해놓았던 주차장을 용도 변경했거나 준공검사를 받지 않은 무허가「빌딩」에 대해 요즘 갑자기 단수 등 강력한 행정권을 발동, 개수지시를 내리는 등 위법건물정비를 서두르고있다. 지난달 10월26일 세종로네거리에 있는 9층「빌딩」인 의사회관에 개수지시를 내리고 지난20일에는 단수조치한데 뒤이어 24일에는「이스턴·호텔」(동대문구 창신동 422의3), 남가좌 시장(서대문구 남가좌동 295의5)에도 수돗물을 끊었으며 당일「빌딩」(중구 북창동 11)과 대한「빌딩」(중구 북창동 l의2) 에 대해서는 내년3월까지 개수를 기한부로 단수조치를 유예했다.
수돗물 을 끊은 이들「빌딩」은 주차장 시설이 없어 건축법제42조(위반건축물에 대한 조치)에 따라 개수명령을 받았으나 개수지시에 따르지 않아 서울시는 궁여지책으로 행정권에 의한 수돗물 끊기를 단행한 것이다.
서울시내「빌딩」을 비롯 60%이상이 건축법을 어기고 있으나 지금까지 묵인해오다 갑자기 단수 조치하는 변칙적인 행정권을 서울시가 휘두르는 것은 그 동안 위법「빌딩」에 손을 못쓰고 있다고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을 당해 이제부터는 강권을 발동해서라도 위법「빌딩」을 법에 의해 다스려 보겠다는 결심을 뒤늦게 한 까닭이다.
서울시내에 세워지는 높은「빌딩」일수록 건축법에 어긋나는 일이 잦은 것은 사실이다. 건축허가를 낼 때는 주차장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으나 준공할 즈음에는 주차장이 점포로 바뀌어 은행이나 다방 또는 사무실이 그 자리에 들어앉기 일쑤이라. 건축법에 의하면 제22조2항에 주차장 설치를 못박아 놓았고 주차장 설치의 기준은 건축법 시행령 제104조에서 면적 2천 평방m∼2천4백 평방m에는 자동차 6대 이상을 주차시킬 수 있는 90평방m의 주차장을 설치해야되며 연건평 5백 평방m중 가 때마다 15평방m의 주차장을 증가시키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지 값이 비싼 곳에 지은「빌딩」일수록 이를 어기고 건축허가 당초의 설계를 바꾸어 용도 변경 해왔다. 대부분의「빌딩」은 준공검사를 받을 때 용도변경을 따로 신청, 주차장의 설계를 점포나 다방 사용으로 용도변경,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차장설치 기준을 규정한 건축법 시행령1백4조에는「시장·군수가 인근에 당해 건축물용의 전용주차장이 있음을 인정할 때에는 건축물 내에 주차장이 없어도 된다」라고 단서가 붙어있어 인근 주차장을 대지 내의 전용주차장으로 고시, 용도변경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서울시에 의해 수돗물이 끊긴「이스턴·호텔」이, 남가좌 시장 등은 건축허가 당초 때 주차장으로 설계되어있는 부분을 멋대로 용도변경, 「이스턴·호텔」은 다방으로, 남가좌 시장은 점포로 쓰고 있으면서도 정식 용도변경허가를 받지 않아 무허가로 지적되어 왔었다.
더구나 의사회관은 미관지구에 속해 있는 곳으로 준공허가를 받지 않고 있어 개수명령통고를 받아 개수공사에 이미 착수했다.
위법「빌딩」에 대해 서울시가 내린 단수 조치 등은 그 건물에 들어 있는 영업소에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데 서울시는 몇 차례의 개수 지시에도 따르지 않기 때문에 변칙적인 방법인줄 알지만 그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빌딩」이 위법행위를 자주 저지르는 일은 첫째로 서울시에 그 책임이 있다. 관할 담당건축관계자는 1개의「빌딩」이 세워질 때 당초의 설계계획대로 인지를 수시로 점검, 확인해야 되는데도 이를 방관 또는 묵인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감독을 해야 하는 건축관계자들이 위법건물을 조장, 묵인해놓고 마지막에 가서 위법건물 이라고 단정, 몇 년이 지난 후 수돗물을 끊는 등 행정권을 마구 휘두르는 것은 당국의 횡포라고 지탄받기에 알맞다.
서울시는 이번 위법건물에 대한 강력한 개수, 정비실시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면에서 앞으로의「빌딩」신축에 보다 철저한 감독과 지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양태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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