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응용해 노인운동기구 … 구미 IT기업의 도전에 답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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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엔텔의 연구원이 발프로에 올라 몸의 균형을 잡는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 맨엔텔]

경북 구미는 휴대전화 제조 등 세계적인 정보통신(IT) 도시다. 경북도는 고령친화(실버)산업에 구미의 IT 기반을 접목할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의 선두 주자가 ㈜맨엔텔이다. 구미시 원평동 본사를 찾으면 1층에 ‘발프로’라는 3차원 균형훈련기를 만난다. 발프로는 ‘밸런스 프로페셔널’의 준말이다. 아픈 다리를 끌면서 다녀야 하는 중풍 환자가 여기에 올라서면 모니터에 빨갛게 익은 사과 그림이 뜬다. 환자가 아픈 다리에 힘을 주어 중심을 옮기고 다리를 구부리려 애쓰면 손 그림으로 사과를 딸 수 있게 된다. 사과를 따는 재미에 다리를 반복해 움직이면 신경이 살아나는 등 환자를 치료하는 장치다. 간단해 보여도 발프로에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싱과 제어·게임·로봇 등 IT 기술이 망라돼 있다. 기술을 인정받아 미국 특허도 받았다.

 환자용인 발프로는 대학병원과 구미보건소 등 국내 보급에 이어 필리핀 수출 길도 열었다. 정광욱(55) 대표이사는 “환자에 이어 다음 단계는 쉽게 넘어져 다치는 고령자들의 운동기구로 개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능은 단순하게 만들고 가격을 낮추는 방향이다. 1700만원짜리 환자용을 고령자 운동기구로 700만원까지 낮춘다는 것이다.

 맨엔텔은 본래 IT의 여러 분야를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개발해 온 업체다. 이후 재활의료기기로 범위를 넓히고 의료기기를 다시 고령친화(실버)로 응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고령자들은 몸이 옛날 같지 않아지면 결국 환자가 사용하는 재활의료기기를 하나씩 쓸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기기를 개발하는 원칙은 환자든 고령자든 처음에는 누운 상태에서 앉게 하고 일어나게 한 뒤 마지막에는 걷도록 만드는 것이다. 장비는 발프로 하나로 끝나지 않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시리즈로 개발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실버시장의 잠재력을 일찍부터 간파했다. 500만 고령 인구 가운데 100만 명이 운동기구 장만에 50만원을 쓰면 그 규모가 5000억원이 된다고 분석한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정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10년을 근무하며 휴대전화 개발에 참여했다. 그는 구미대가 생기면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은 정보통신과에서 학생들도 지도한다. 그동안 자동차용 휴대전화 블루투스도 개발하고 4년 전에는 재활의료기기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경북도는 구미에 맨엔텔과 같은 IT 기술을 활용한 실버업체를 더 많이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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