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경제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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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의 불황 경향이 가을철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는 빗나가서 불황 경향이 오히려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세청의 10월 중 경제동향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체의 세금 체납액이 10월중에 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지방산업의 도산 및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또 지방경제는 전주상공회의소 회장까지가 부도를 내고 구속될 정도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불황 경향은 생산지수 면에 구체적으로 반영되고 있지는 않으나, 건설 경기의 13% 후퇴, 조세징수 실적의 부진, 금융자금 공급 폭의 축소 등 요인으로 보아 사실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즉 당국이 발표한 생산지수는 9월말 현재 전년 동기 대비 22%나 상승하고 있어 전전년 동기 대비 작년 9월말의 17.3%보다 월등히 호전되고 있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10월말 내국세 미수실적은 2천 3백 85억원에 불과해서 예산상의 내국세 3천 6백억원의 65.8%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의 미세 실적 71.2%를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서 불황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또 건축허가 실적도 전년 동기에 비해서 13% 이상이나 감소되고 있다는 것이며, 특히 경제활동수준을 반영하는 공장건설 및 상가「빌딩」허가면적 감퇴 율은 훨씬 더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생산지수와 기타 지표간에는 좀처럼 설명하기 힘드는 괴리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나, 총체적으로 불황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불황 경향은 일단 그것이 시발하기만 하면 단시일 안에는 반전될 수 없다는 것이 외국의 경우를 보아도 확실한 것이므로 연말경기를 지금의 정세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단기적인 불황완화수단으로서 흔히 이용되는 것은 금융완화 조처라 하겠는데 이번에 합의된 IMF 협의 내용으로 보아 연말까지 국내여신을 크게 늘릴 여유는 없는 것이므로 연말경기가 호전될 만한 자료를 찾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70년의 경우 11월 및 12월에 공급된 국가여신은 5백64억원이었는데 올해의 공급계획은 3백22억원에 불과한 것이므로 국내여신 공급은 기대 액으로 보아도 70년도보다 크게 줄었다. 그 위에 그 동안 상승한 물가 10.9%를 고려한다면, 올해 11월∼12월의 국내 여신공급은 실질적으로 전년 동기에 비하여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실정이다.
또 예산상의 적자확대를 면하기 위해서는 11월과 12월 두달 사이에 적어도 1천 2백억원의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며, 예산회계법상의 결산일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2개월간에 1천억 원의 세금미수는 필요할 것이다. 또 외환사정에 여유가 있다면 경기 자극을 위해 국내여신을 확대하고 수입을 확대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겠으나, 오늘날 우리의 경제는 이 방법을 고려할 상황도 아니라 할 것이다.
사세를 이와 같이 분석한다면 지금 단계에서 불황을 염려하는 것은 썩 현명하지 않다. 오히려 현명하게 불황을 이겨내어 이를 경제체질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의 확립, 소비풍조의 건전화를 위한 국민적 자각이 요청되는 것이며, 동시에 정부는 경제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의 전국 면을 살필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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