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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화율 최악의 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금년은 교통사고「최악의 해」를 기록하고 있다. 치안 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3만 4천 수십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는 무려 2천 4백 26명에 달한다. 부상자도 3만 8천 1백여 명이다. 이것은 사상 최악의 어두운 신기록임에 틀림없다. 12월을 90일이나 남겨 놓은 때의 기록이니 연말집계는 정말 놀라울 것이다.
지금의 추세로 예상하면 올해의 교통사고 사상자는 5만 명 선에 이를 것 같다. 이 숫자는 규모로 보아 경남 충무시의 인구와 비슷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터무니없이 노상에서 죽음을 당하거나, 아니면 충격적인 부상했다.
사자는 더 이를 데 없지만 교통사고로 입은 부상은 여간한 고통이 아닐 것이다. 때때로 종합병원을 방문하면, 그 정원의「벤치」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환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가슴에도, 팔에도, 다리에도 온통 붕대를 감고서, 실로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엔 어린아이들이 의족을 짚고 그 병원의 낭하를 오가는 광경도 자주 볼 수 있다.
오랫동안 해님을 보지 못해 얼굴은 여간 파리하지 않다. 그러나 그 영롱한 눈망울을 보면, 절로 마음이 어두워진다. 이들은 대부분이 교통사고가 빚은 비극의 주인공들이다. 그 중에 어느 사람 하나 심각하지 않은 비극이 없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비참한 현실에 직면할 것만 같다. 국가가 온통 그런 윤화의 비극 속에 묻힌다면, 민족의「바이털리티」(활력) 에도 우울한 영향을 줄 것이다.
요즘 서울은 후미진 골목을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교통순찰이 서 있다. 교통안전「포스터」거리를 메우다시피 했다. 그래도 사고는 보아란듯이 늘어만 간다.
치안 국의 분석에 따르면, 차량 대 사망자의 비율은 세계의 최고 율을 보여준다. 39대의 자동차마다 한대 꼴이다. 이 기록은 일본의 20배, 미국의 68배라고 한다.
미국은 30년 전 만해도 보행 중의 사망자가 1만 5천명에 달했다.
그러나 끊임없는 안전대책은 사망자 수를 현재의 7천명 선으로 감소시켰다. 미국은 그 사망자 수에 반비례해서 자동차 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자동차사고의 사망률이 자동차 증가율을 훨씬 앞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사실은 급속한「모터리제이션」(자동차 화) 과 교통도덕의 반비례 현상이다. 인간을 위한 자동차인지, 자동차를 위한 인간인지, 저 대로상의 허장 성세한 자동차「러쉬」를 보면 분간이 되지 않는다. 고소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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