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될 자금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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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앞으로 연말까지는 물론 내년상반기(1월∼6월)에도 긴축이 강행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번에 IMF(국제통화기금)협의단과 합의한 연말 국내여신한도는 당초의 1조1천3백억원에서 2백90억원(환율인상에 따른 외화여신의 명목 증가 분 1백95억원 포함)이 늘어난 1조1천5백90억원이며 내년 6월까지는 수정된 연말한도를 기준, 약10%를 증액시킨 1조2천7백50억원 수준으로 한도를 새로 선정키로 했다. 따라서 우선 연말한도가 2백90억원이 증액되긴 했으나 11월부터 연말까지의 한도여유는 3백22억원으로서 월 평균 1백61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하반기 4개월(7월∼10월)동안의 월 평균 증가액 2백53억원에 비해 90억원 이상의 감축이 불가피하여 연말자금성수기를 맞았는데도 공급량은 엄청나게 줄어드는 셈이다.
또한 내년 상반기중의 한도 증가액 1천1백59억원은 월 평균 1백93억원으로서 금년상반기 중의 6·28환율인상에 따른 명목 증가분 1백95억원을 뺀 월 평균 증가액 1백60억원 수준보다 월30억원 가량이 늘어나는 것이나 그동안 물가상승률 및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역시 상당한 긴축이 되는 것이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국내여신이 22·8%(명목증가 분 제외)증가했음에도 외환부문의 통화 환수 등으로 통화 주 증가율은 11·1%에 그쳐 유동성이 핍박해지고 이에 따라 자금난을 겪어 왔는데 내년에도 외채 상환 증가에 따른 외환부문의 통화환수가 계속될 것을 전제할 때 여신공급이 불충분하다는 점 이외에 통화 주 증가의 둔화까지 겹쳐 자금사정은 여러모로 악화할 전망이다.
더구나 수요 측면에서도 기업의 부실이 심화되고 있고 외채상환부담은 커져가기 때문에 자금의 수급 불균형 상태는 더 확대 될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년 상반기까지의 국내여신공급계획이 『긴축태세』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통화 면의 긴축은 현재 불안정한 물가추세, 국제 수지개선을 위한 수입 수요억제 필요성 등에 비추어 IMF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있다.
결국 정부는 제한적 통화정책을 강화, 자금난이 더해지더라도 물가나 국제 수지대책 상 이를 계속함으로써 경제의 대내외적균형을 이룩하려는 것이다.
다만 정부당국은 이번 연말이 한도 여유 면에서 자금수급이 가장 어려운 시기로 보고 정부의 긴축과 연체, 농사자금 등의 회수계획을 강화, 자금 회수를 늘려 다소나마 자금사정이 호전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금사정이 악화해 있기 때문에 기대출금의 회수에 한계가 있고 재정의 긴축을 시도하고 있으나 추곡수매 자금의 방출 등 불가피한 지출이 연말에 집중되고있어 이러한 부문 간 전용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는지는 의문이다. 한편 내년도 차관도입에 있어서는 1년 이상 3년 미만이 6천5백만불, 3년 이상 15년 미만이 4억2천5백만불로 모두 4억9천만불의 한도가 설정됨으로써 금년의 1년 이상 3년 미만 5천만불, 3년 이상 15년 미만 3억7천5백만불 등 4억2천5백만불에 비해 6천5백만불이 늘어났다.
그런데 실제로 금년에는 L/G 발급 기준으로 9월 말 현재 3년 이상 차관도입이 2억3천8백만불로 1억3천7백만불의 여유를 남기고 있어 차관도입한도는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이것은 IMF와의 한도설정문제 이전에 우리자신이 상시 차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데서 나타난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내년에도 국제수지개선을 위해 차관도입규제를 계속할 예정이기 때문에 한도의 과부족은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다.
다만 정부가 이 한도 범위 안에서 기인가분까지 포함하여 차관 도입 정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심거리라고 하겠는데, 한마디로 상당히 엄격한 규제조치가 가해질 가능성이 짙다. 이 같은 IMF와의 국내여신 및 차관도입 한도설정은 내년도 「스탠드바이」차관(증자와 함께 6천만불로 증액예정) 협정에 따른 부대조건으로 약정되는 것이다.
IMF가 「스탠드바이」차관을 제공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국제수지가 악화하고 있는 나라를 돕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안정 정책추구 및 국제수지개선책에 깊이 개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스탠드바이」차관을 언제라도 인출해서 쓰기 위해서는 협정부대조건을 충실히 이행해야만하며 만약 어길 때는 인출권이 자동 소멸되는 것이다. <이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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