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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서 채색벽화 발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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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거창=최금배기자】경남 거창군 남하면 둔마리 속칭 재궁골 뒷산 김귀봉 중턱에서 4벽여 주악비천상이 가득 그려진 벽화 고분이 발견됐다. 이곳 지방문화재위원 김태순(46·제창의원장) 최남식(51·계림농원장)양씨에 의해 확인된 이 고분벽화는 대체로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려의 고분벽화가 발견되기는 개성 수락암동 고분, 장단 법당방 고분에 이어 세번째의 것이다. 이번 고분은 당초 파괴된 것이었고 부장품이 도굴돼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그들은 말했다.
이 석실고분은 현실의 가로·세로2m, 높이 90cm의 방현석실이 화강석을 곱게 다듬어 축조했으며 천장을 판석으로 덮었다. 벽화는 현실 벽에 흰 회칠을 하고 그렸는데 현재 확인된 비천상은10명. 구름을 타고 서서 피리를 불며 하늘을 나는 모습으로 신고 60cm. 얼굴에 칠해진 연분홍 살빛과 빨강·노랑·파랑 등 색깔이 너무도 생생하게 빛을 잃지 않고 있다.
거창읍에서 가작면으로 가는 도로로 6km쯤 가다 남하면 둔마리에서 동북쪽으로 1km쯤 양지바른 언덕 위에 있는 이 고분은 봉분 주위에 30개의 호석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하1·5m에 현실이 나타나 있었다.
현실바닥에는 관대가 돌인데 그중 하나는 부장품을 비치했던 자리라고 김 위원은 풀이했다.
고분의 도굴은 현실 남쪽으로부터 뚫고 들어갔는데 도굴 후 돌을 쌓아 은폐한 것을 주민의 신고로 이번에 재확인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 위원은 호리꾼들이 파헤친 자리의 돌을 들어 내고 석실 안으로 상체를 들여 넣어 캄캄한 무덤 안에 플래쉬를 비춰 보는 순간 벽면에는 찬란한 선녀벽화가 비치고 있었으며 석대 위에는 유골과 썩은 관의 잔해가 남아 있더라고 벽화를 처음 발견한 당시를 흥분에 차 말했다.
김 위원과 최 위원은 인근에서 일제 때부터 고려자기가 도굴 출토됐다는 점과 이 고분의 외형이 고려의 석실 묘와 비슷한 점을 들어 고려 초기 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2지 신상 나타낸 듯>
▲최순우 문화재위원의 말=삼국시대의 비천상은 나는 모습이 선연한데 이것은 서있는 상이다. 비천이 같은 간격으로 배치된 점은 혹시 12지 신상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려 고분벽화의 12지는 두 관에 해당 동물상을 넣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석실구조 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김원룡 박사 등 파견>
문화재관리국은 19일 아침 김원룡박사(문화재연구위원)와 김정기씨(문화재연구실장)를 거창으로 긴급 파견하는 한편 거창군수로 하여금 경비를 철저히 해서 현상이 변경되지 않도록 하라고 긴급지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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