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7)인력수출의 일원화|김도창<변호사·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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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10년 동안 이민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이민의 개념에 변화가 있었다. 「잉여 인구의 해외 배출」의 뜻으로 이해되었던 이민은 「개발능력의 해외 이동」이라는, 보다 더 적극적인 의미로 파악되고 이에 따라 60년대 중반기부터 남미를 중심으로 이른바 종자이민(시드·이미그레이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던 것으로 안다. 이민이라는 것이 어차피 국내에서 쓸모 없고 귀찮은 존재들을 국외로 추방해 버리자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이상, 언어·풍속·문화를 전혀 달리하는 남의 나라에 가서 무에서서부터 출발하여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터전을 닦음으로써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기술자나 노동력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의미에서 일반이민이라는 개념과 인력송출은 감은 차원에서 다루어야하지 않는가 생각된다. 그런데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인력송출을 일원적으로 다루어 오던 해외개발공사 외에 민간 베이스로 국제 기능개발 협회가 새로 생겼다고 한다. 그것이 인력송출을 실제로 담당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송출업무에 적지 않은 혼선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도 정치인들이 뒤에 개재해서 비슷한 기구를 만들려고 한 것이 문제된 일이 있었거니와, 모든 행정이 그렇지만 창구일원화·계열화는 행정기구를 짜는 이들의 기본원칙에 속하는 일이기에, 이러한 기구의 발족은 사실이 아니거나 다른 업무를 띤 기구이기를 바랄 뿐이다.
독일·「캐나다」·미국·월남·「말레이지아」, 그리고 「아프리카」등지에는 의사·간호원·광부 기타 기술자들이 외화도 벌어들이지만 그 이상으로 그 나라 국민들의 우리 나라에 대한 인식을 얼마나 좋은 방향으로 고쳐놓았는가는 그 나라들을 여행 해 본 사람이면 누구 나가 목격하는 일이다. 이처럼 착실한 사람들이 선발되어 가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가하면, 과거에 못된 브로커들이 있어 이민을 원하는 동포들을 등쳐먹고 피해를 준 일도 많았고 적격자도 아닌 엉뚱한 친구들이 선발되어 가서 말썽을 일으킨 일도 적지 않으니 남미의 경우는 우리 이민사에 있어서 반성을 요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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