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라톤 완주한 86세 할머니 … 도전정신 감동 주고 이튿날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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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86세의 나이로 뉴욕마라톤을 완주해 도전정신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던 조이 존슨(사진) 할머니가 마라톤 대회 이튿날인 4일(현지시간) 사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캘리포니아주 산 호세에 거주 중인 존슨 할머니가 7시간 57분 41초의 기록으로 뉴욕마라톤을 완주한 이튿날 호텔방에서 누워서 쉬다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NBC방송의 투데이쇼에 출연하고 온 직후였다. 미국 언론들은 ‘뉴욕 로드 러너스 클럽’의 크리스 웨일러 대변인을 인용해 “그는 우리 모두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며 존슨의 도전정신과 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존슨은 체육교사 출신이다. 달리기는 1985년 은퇴한 뒤에야 시작했지만 가족들에게 “달리다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애착이 컸다. 85년 당시 이미 60에 가까운 나이였지만 매일 아침 집 근처 고등학교 옥외 관람석과 트랙을 2시간 이상 달렸다. 유명 육상 코치에게 달리기를 배우기 위해 2월 한겨울 추위에도 고향 미네소타 타호 호수 근처까지 가 달리기 캠프에도 참가했다.

 이번 대회는 그의 25번째 마라톤 완주였다고 한다. 그의 최고 기록은 91년 뉴욕마라톤. 당시 4시간도 되지 않는 기록에 결승선을 통과해 주목을 받았다. 23년 뒤 열린 이번 대회 기록은 그때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16마일(약25㎞) 지점에서 넘어져 머리를 부딪친 뒤에도 다시 일어나 끝까지 완주할만큼 열정은 살아있었다. 레이스가 끝난 뒤 병원에 가보라는 의료진의 권유에도 그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사망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그의 딸은 “어머니는 뛰는 것을 정말 좋아하셨다. 가정 다음으로 달리기를 소중히 생각하셨다”고 전했다. 존슨은 이번 대회 80대 참가자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최고령 완주자는 89세 남성이었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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