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아르코극장 놓고 … 무용계 파워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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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킬 것인가, 뺏을 것인가.

 최근 무용계 뜨거운 감자는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이다. 이 공간을 두고 “내가 진짜 주인”이라며 국립현대무용단과 한국공연예술센터(이하 한팩)가 맞서고 있다.

 현재 아르코극장은 문화부 산하 한팩이 운영 중이다. 포문을 연 쪽은 국립현대무용단이다. “우리가 아르코극장의 상주단체가 돼야 한다”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논리는 이렇다. “국립예술단체가 전용 공연장이 없는 게 말이 되는가. 아르코극장은 젊은이의 거리인 대학로에 위치해 컨템포러리 댄스를 하는 무용단의 성격과 일치한다. 게다가 아르코극장이 무용 중심 극장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연극계에 내주지 않기 위해선, 국립현대무용단이 입성해야 한다.”

 반면 한팩은 “현재도 국립현대무용단이 충분히 쓸 수 있는데 상주단체를 빌미로 공간을 독점하려는 술수”라며 절대불가 입장이다. “1년 예산 27억원인 국립현대무용단은 여기 말고도 공연할 곳 많다. 아르코극장까지 독차지하면, 싼 대관료 덕분에 이곳을 찾는 가난한 민간 무용가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국립의 횡포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명분일 뿐, 그 이면엔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53) 예술감독과 한팩 유인화(54) 사무국장간의 파워게임이 있다는 게 무용계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7월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안 감독은 부임 직전 한팩 무용감독이었다. 아르코극장 대관에 깊숙이 관여하며 사실상 본인이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짰다. 단순히 작품 만드는 현재의 예술감독보다 실속 면에선 오히려 더 나은 측면이 있었다. 극장 대관을 다시 틀어쥐어 과거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상주단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이는 유인화 국장이다. 무용평론가였던 유 국장은 안 감독이 극장을 떠난 직후 임명됐다. 한팩 이사장인 박계배씨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출신인 터라 자연스레 ‘이사장은 연극, 사무국장은 무용’으로 장르가 이원화되는 구도가 현재 형성돼 있다. 유 국장이 극장 무용 관련 사업을 챙기고 있다. 안 감독이 입성하면 유 국장은 사실상 공중에 뜨고 만다.

 아르코 진격에 나서고 있는 안 감독의 뒤엔 청와대 관계자가 있다는 후문이다. 배수진을 친 유 국장은 비평가를 중심으로 심포지엄을 여는 등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양측의 공방이 두 달 넘게 지속되면서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안애순 vs 유인화’로 무용계가 양분되는 형국이다. 과연 누가 마지막 웃음을 짓게 될지….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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