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으로 이끈 매력의 고음|일본서 들은 코렐리 공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 동경에서 열린 제2회 음악 교육자 「아시아·세미나」에 참가했던 이유선 교수(중대)가 마침 그 곳에서 있었던 「프랑코·코렐리」의 일본공연을 듣고 그 「생생한 감명」을 적어 본사에 보내왔다. 이 교수는 전 일본 음악연구회 주최로 지난10월31일부터 10개국 대표들이 모여 열린 이 「세미나」에 정세문씨(문교부) 오숙경씨(이대교수) 와 함께 한국대표로 참가했다.<편집자>
「세미나」의 곡 짜인 「스케줄」때문에 아직 시가지구경도 한번 못했지만 꼭 보고 싶었던 「코럴리」의 독창회를 빼놓을 수 없어 「세미나」장을 빠져 나왔다.
엄청나게 비싼 표(S석은 일화6천원)를 사들고 들어가니 「히비야」(일비곡) 공회당을 곽 메운 청중들은 모두 저 유명한 코럴리의 늠름하고 멋진 용자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싶어 초조히 기다리는 듯 했다.
드디어 무대 위에 불빛만 휘황해지고 객석이 어두워지자 성큼성큼 나오는 육척장신의 미남, 어깨가 알맞게 넓고, 길고 똑바른 다리로 무대 위에 발음 옮기는 멋진 「폼」부터가 청중을 매혹시키고 압도한 느낌이었다.
그칠 줄 모르는 환호성이 길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가볍게 굽힌 허리를 그대로 한참 유지하다가 객석을 표정 없이 바라보는 모양도 대가다운 멋이 흘렀다.
「알베르토·벤투라」씨의 반주로 제1부의 3곡 벨리니의 『은빛의 달」, 도니젯티의 『배반당하고, 그리고 다시 배반당하고, 『불 비치는 창가』가 숨쉬는 동물도 전혀 없는 듯한 고요 속에 불려졌다.
첫 곡에서는 목이 좀 덜 풀렸음인지 중성으로 길게 끌다가 끝을 맺기 위한 약변에서 좀 이상한 듯했고 제스처도 딱딱한 편이었다.
그러나 다음 곡부터는 자유로운 「제스처」를 쓰며 잘 풀러진 음성으로 쏟아대는 폭 넓고 박력 있는 노래에는 아연해질 뿐이었다.
상성 B소리는 그야말로 휘몰아치는 폭풍같이 위력이 있었으며 그의 낭랑한 그리고 굉장한 「볼륨」은 만당의 청중을 완전히 매혹시키고 말았다.
테너의 생명력인 노동하는 고성이야말로 일찌기 네가 들어본 그 많은 「테너」중에서 가장 우수한 천하일품의 소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더우기 숨을 한번 길게 들이마시고 연달아 이어가는 긴 프레이즈는 그저 놀랄 뿐이었다.
연습만이 아니고 타고 난 천품의 체구와 그에 따르는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이루어진 듯했다.
3부 첫곡인 마이어베어의 『오 「파라다이스」여…』와 베르디의 『여자의 마음에서 그의 특성 B소리의 쾌창은 「히비야」공회당을 찢어버리는 듯 했고 터지는 환호성과 박수갈채는 장장 3, 4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나머지 여러 곡들도 정연이 넘치는 폭포 같은 소리와 「제스처」로 청중들을 감격의 도가니 속에 몰아 넣었다.
열렬한 관중들의 앙코르 요청에 코렐리는 만면에 희색을 띠며 세 번이나 나와 청중들의 갈증을 유감없이 풀어주었다. 특히 앙코르곡 중 『오·솔레·미오』는 남구 「이탈리아」의 대표적 민요이며 세상이 다 아는, 그리고 자주 부르는 흔한 곡이었지만 그야말로 멋이 제대로 든 명창이었다.
『「아폴로」신의 조상같이 잘 잡힌 균형, 길고 곧은 각선 이라는 외국인의 평 그대로 코렐리는 훌륭한 체구와 점잖은 무대 매너에다 미남이라는 조건까지 갖추었다. 그의 멋진 용자는 바로 무작위에 살아있는 전형의 상이라 보아 틀림없을 것 같다.
특히 여성들에 대한 그의 인기는 전설 그대로 여서 이날 공연에서도 코렐리에게 꽃을 주려는 여인들이 무대 앞에 줄을 이었다. 그들은 마치 웃으며 악수해주는 코털리와의 대면을 일생의 영광으로 간직하려는 듯 진지한 태도 있고 터지는 박수는 시간을 잊은 듯 길게길게 이어졌다. 이러한 코렐리의 성용을 오는 15일 한국공연을 텅해 우리 나라 팬들도 볼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다행한 일이다. 과연 세기의 대가수가 이날 밤 들려준 노래들은 나를 선경으로 이끌어주었던 추억의 유품으로 남겨질 것이 틀림없다. 【일본동경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