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범장서가로 뽑힌 박영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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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일 대한출판문화협회의 71년도 모범장서가로 표창 받은 박영돈(35)는 은행의 수위로 일하면서도 꾸준히 책을 읽고 또 모아왔다.
3천여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고 또 5년 전부터 한국학분야의 연구를 계속하고있는 그는 이러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처신하기만 어려워지고 남에게 오해받기도 쉽다면서 상을 받는 것이 오히려 두렵다고 말한다.
현재 부산은행 범일동 지점의 수위로 재직중인 그는『20세기의 비극은 정신문명이 물질문명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토인비」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 나라도 물질에 치우쳐 정신문화가 타락하고 있으며 이는 독서로서 타개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1950년 대전사범학교 2년 때 6·25로 중퇴한 그는 그후 가정형편으로 진학을 못하고 노무자로 학교정원사로, 은행수위로 전전했다.
처음에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고독감을 달래기 위해 책을 보기 시작했고 남에게 한권씩 두권씩 빌어보면서 완전한 독서습관이 길러졌다.
그로부터 철학·역사·세계문학 등 기본 교양 서를 읽고 또 돈이 되는대로 사 모았으며 약 5년 전부터는 분야를 좁혀 한국학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항상 주머니에 책을 넣고 다니면서 어디서나 틈만 있으면 독서한다는 그는 지금까지 1만권에 가까운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또 장서뿐 아니라 학문수업의 귀중한 자료로서 신문의「스크랩」을 15년 동안이나 계속해오고 있다. 그는 현재 저축은 생각지도 못할 만큼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매월8천원∼1만원 어치의 책을 구입하고 있다. 『오늘날 사회는 학벌이 없으면 뚫고 나갈 길이 없어 학문적으로나 성장하고 싶다』면서 그는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또 그는 자신과 같이 불우한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면서 독서로 자신의 깊은 세계를 쌓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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