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직윤리법 '예술품 재산등록' 방식 바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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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직자윤리법은 1981년 제정된 이래 대중의 요구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한국 공무원의 부패를 감시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최근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제출한 재산 내역 가운데 500만원 이하의 그림 두 점을 신고하지 않는 바람에 벌어진 소모적인 논란은 공직자윤리법을 합리적으로 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 후보자는 허백련·박생광 화백의 그림을 2010년에 각각 400만원·300만원으로 신고했다가 이듬해부턴 기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 그림을 판 돈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김 후보자는 ‘2011년부터 500만원 미만의 예술품은 기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원래 500만원 이상 고가의 미술품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고 당사자는 “ 정식으로 감정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런 논란이 불거진 건 미술품 가격을 의문의 여지없이 판명할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이라면 정부의 공시가격이나 실거래가가 있고, 주식이라면 재산등록 기준일의 최종거래가가 있고 유가증권이라면 액면가가 명시돼 있지만 미술품은 그런 기준이 없는 것이다. 공인된 경매 시장에서 매매가 실현된 거래가가 미술품 가격의 명쾌한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런 조건을 갖춘 미술품은 별로 없다. 김 후보자가 소장한 미술품은 수백만원 수준이라지만 만일 그가 수천만원 혹은 수억원대의 미술품을 갖고 있었다면 그 재산 가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미술품 평가의 이런 어려움 때문에 미국은 예술 재산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으며 일본은 100만 엔(약 1000만원)을 넘게 주고 산 미술공예품은 종류와 수량만 공개한다. 가액을 명시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공직자윤리법 4조 3항 11호엔 “골동품 및 예술품은 실거래가격이나 전문가 등의 평가액을 기재한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를 삭제개정할 필요가 있다. 미술품은 선진국처럼 종류와 크기, 작가 및 제작연대 같은 작품의 명세만 기재하는 게 소모적인 논란을 피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