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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인물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느 한 국영기업체의 장들이 술값으로 1억5천 만원이나 들어 먹었다하여 감사원에 의해 고발까지 당했다. 그렇다고 이 소식을 듣고 놀랄 만큼 순진한(?) 사람도 이제는 별로 없다. 『위대한 재능의 소유자는 일반적으로 동물적인 성질에 있어서도 남을 앞지르고 있다. 어느 유명한 정치가는 위대한 인문의 거의 전부는 과식으로 죽었다고 말한 일까지 있다.』「헨리·테일러」가 「정치가의 조건」이란 책 속에서 한말이다.
이렇게 보면, 위대하다는 것 별것이 아닌지 모른다. 보통 사람이상으로 먹을 수 있는 사람, 먹을 수 없는 것까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도 소화가 잘되는 사람을 말할 뿐이다.
바꿔 말하면 위가 크거나 소화능력이 크다는게 바로 그 사람의 위대함의 증명이 된다.
그러나 위가 아무리 크다해도 먹을 것에 얻어걸릴 기회가 없으면 아무소용이 없다. 이래서 출세란게 또 중요해진다.
「테일러」에 의하면 출세에는 겸손과 추종, 그리고 유순의 3요소가 준비되어 있어야한다.
곧 성실은 출세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무리 천부의 자질을 타고 난 사람이라도 출세를 위해서는 비천한 행위를 사양치 않을 각오가 필요하다. 그러니 재능이 없는 사람은 더욱더 비천함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출세란 처음부터 덕과는 상관이 없는 얘기다. 그리고 위를 채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출세인 바에야, 그 출세를 위대한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역시 출세 할 자격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두어 사람이 한 두 해에 2억원 미만의 돈을 술값으로 날렸다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역설도 있을 수 있다.
술값으로만 그랬으니 달리 빼돌린 돈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억측하는 것도 그저 쑥스럽기만 하다. 가화만 세상인 것이다.
물을 섞었다면 혼자 먹었을리도 없다. 얻어먹은 사람들도 또 많을 것이다. 그냥 먹었을 리도 없다. 모두 무슨 까닭이 있어서 먹었을게 틀림없는 것이다.
아무나 다 좋은 자리에 올라 출세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또 가만히 앉아서 얻은 자리도 아니다. 그런 재미도 없다면 감투걸이를 할 필요도 없다.
자리를 지키자면 자연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식으로, 두루 기름질 칠도 있어야겠고, 또 체통도 지켜야한다. 그게 시정의 우리네처럼 몇 천원 짜리 술상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게 이들만의 일은 아니다. 아무리 먹어도 걸리지 않는 위대한 인물들도 많다.
이들에 비기면 그만큼 틀이 작았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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