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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현장서 본 국제조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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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편집자주=역사적인 중국대표권표결이 있었던 25일 밤(현지시간) 처음부터 끝까지 이를 참관했던 본사 김영희 특파원과 고대 김준엽 교수가 「유엔」총회 「로비」에서 대담을 가졌다.
다음은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뉴요크」로부터 전화로 녹음, 송고한 글이다.
김특=방금 중공의 「유엔」가입이 극적으로 이뤄지는 순간을 목격하셨는데 김 교수께서는 이를 예견하고 계셨는지?
김교=한마디로 예상이 그대로 적중했다고 보겠습니다. 국내의 외무부나 외국 학자들까지 대개 6대4로 중공이 가입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었는데 과연 결과는 예상 대로였습니다.
김특=중공의 가입시기를 내년으로 예측한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런 사람들은 이 시기에 「키신저」보좌관이 북평에 가있는데 대해 불평이 많았습니다.
아뭏든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은 미국 측의 전략적 「미스」가 있어서 일까요, 혹은 표결이 세계대세에 휩쓸린 것일까요?
김교=내 생각으로는 세계조류가 그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미국과 가깝다고 하던 「니제르」 영국 「프랑스」까지도 「알바니아」안이 찬성을 했으니까요….
김특=동감입니다. 태국 같은 나라는 종반에 가서 기권을 했는데 「코만」외상까지도 나와 직접 중재를 하기도 했고…. 중간에 우왕좌왕하던 나라들이 역 중요사항지정 안이 부결되자 앞다투어 「알바니아」안 지지발언을 했는데 이런 현상이 앞으로의 국제정치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요?
김교=그런 추세는 중공추종국들에 크게 영향을 미치겠지요. 예컨대 중공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 「유엔」에서의 발언이 강화될 것을 전제로 앞으로 중공의 덕을 보자는 것 아니겠어요.
김특=앞으로 중공 주변국과 약소국들의 대 중공외교관계수립 「러쉬」가 일고 중공이 국제정치부대에 공식적으로 등장하게될텐데, 중공의 외교「패턴」또는 역할은 어딜까요?
「모겐도」교수는 TV「인터뷰」에서 『중공이 반드시 제3세력의 「호프」노릇을 할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중공의 이해와 제3세력의 이해 관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읍니다.
김교=미국의 「유엔」정책도 근본적으로 중공을 「유엔」에 가입시키지 말자는 것이 아니고 다만 국부를 추방하지 않겠다는데 있었죠.
이번 표결결과에 대해 세계대부분의 국가들이 환영의 뜻을 표했는데 이는 중공이 실질적으로 중국대륙을 통치하고있는 점을 인정, 중공을 국제사회에 끌어들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국제여론인 것 같읍니다.
다시 말하면 중국대륙의 통치를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 합리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자는 것입니다.
김특=「닉슨」대통령이 금년 말이나 내년5월 이전에는 북평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것이 북평과 「워싱턴」간에 정치적 「데탕트」 혹은 관계정상화를 촉진시키는 「촉매」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보고 있는데….
김교=그렇게 봅니다. 특히 소련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아마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 같아오. 전후 미·소를 축으로 했던 양극화시대는 종료되고 미·소에 일·중공 ECC등이 참여하는 다극화, 구체적으로 오극화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특=대만으로 말하면 미국의 「방위우산」밑에서 지내, 미국이 방대한 「커미트먼트」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비평가들은 미국도 자국의 결정적인 국가이익을 위해서는 우방의 권익을 저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판시한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를 염두에 두고 중공가입이 한국에 미치는 「마이너스」요인과 「플러스」요인이 있다면 어떤 것이 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
김교=대만의 경우 미·중 방위 조약이 건재하고 있으며 미국도 이것을 준수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다만 실질적으로 중공이 대만을 침공한 경우 미국이 지상군을 보내면서까지 방위조약을 이행할 것인가는 의문시됩니다.
한국에 관해 말한다면 미·중공의 접근으로 긴장완화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것이 미국의 「유엔」문제와 연결되어 주한미군의 철수문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냐는 전망이 우리가 우려하는 문제가 되겠죠.
이밖에도 중공이 「유엔」에 들어가면 금년에 가까스로 봉쇄해버린 한국문제를 내년에는 들고나올 것이 확실시되므로 『주한「유엔」군 철수』 『「언커크」해체』를 주장하는 공산측 제안에 대한 대비책이 우려됩니다.
김특=이번에 국부가 잔류하면서 중공이 가입한 것이 아니고 추방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분단국가의 「유엔」가입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시는지?
김교=아마 좀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독일이나 한국은 분명한 분단국가로 보고있는데 중국의 경우는 체제가 다릅니다. 따라서 분단국가의 동시가입문제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봅니다.
중공가입과 분단국의 동시가입문제 사이에는 커다란 관련이 없다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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