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기피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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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론의 나라인 미국에서 닉슨 미 대통령의 신문 기피는 너무나도 유명한 얘기다.
닉슨은 자기처럼 신문으로부터 협조를 덜 받고, 가장 미움을 받고 있는 대통령은 없다고 불만이 대단하다. 그러나 신문 측에서는 닉슨처럼 신문에 적대적이며 신문을 무시한 대통령도 일찍이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신문 측의 비난에 대한 변명으로 백악관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닉슨은 대통령 취임 후 2년 동안에 공식 「텔리비젼」기자 회견 12회, 기자단 앞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 40회, 기자와 개인적으로 접촉한 것은 2백회 이상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기자단 측에서는 즉각 이를 부인했다. 이들에 의하면 대통령의 기자 회견은 모두 18회뿐이었다. 이 숫자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 최소이며 4개월여 동안 한번도 기자 회견이 없을 때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백악관 측이 발표한 「접촉」(콘택트) 수에는 「리셉션」같은데서 잠깐 얼굴을 맞댄 것까지도 포함하고 있었다. 이런 것까지도 접촉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으냐는게 기자단 측의 주장이다.
한달 반에 한번 정도밖에 기자 회견이 없었다고 투덜대는 것도 미국 기자들로서는 당연 한다.
『만일에 내게 신문이 없는 정부와, 정부가 없는 신문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후자를 택할 것』이라고 「토머스·제퍼슨」은 말한 적이 있다. 이런 말이 키워낸 풍토 속에서 미국의 기자들은 살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닉슨이라고 신문의 힘을 모를 리는 없다. 루스벨트나 또는 닉슨이 묘한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는 케네디가 얼마나 신문을 교묘하게 이용했는가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닉슨은 이상하게도 케네디에겐 잘 협조하던 신문이 이토록 자기에게는 사사건건 대들고 있는 것이 지극히 못마땅한 것이다.
그 이유의 하나로, 그는 자기가 케네디만큼 멋장이가 못되고 또 유머를 즐길 줄 모른다는 이미지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 자신은 그것을 자신의 「캘리포니아」주지사 출마 때부터의 적대 감정이 도진 때문이라고도 보고 있다.
이런 정도의 이유로 해서 대통령과 신문 사이가 간격이 벌어졌다면 차라리 다행스런 일일 것이다.
최근의 외신 보도에 의하면 그는 신문이 뭐라 해도 조금도 개의치 않기로 『비장한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동정이 가는 딱한 얘기다. 도시 대통령이란 그처럼 외로와 야만 하는 자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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