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념 작곡발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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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얼마 전 발간한 가곡집 『황토길』을 중심으로 하는 가곡작품의 발표회로서 도합 16곡을 들려주었다.
이 가곡들은 그 수법이나 취향으로 보아 크게 나누어 본다면 『보리피리』『서울길』『녹두꽃』『봄날이 오네』등 타령조를 바탕에 깔고 있는 토속성 짙은 작품과 『봄』『바다아기네』『다도해』『춘한』등 아직까지 우리 나라 가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서구적 민요 「스타일」에 의한 소박한 서정가곡 그리고 『승무』『초혼』등 과거의 틀에 박힌 범주에서 벗어나 직관적인 자유로움과 현대인으로서의 솔직한 의지와 저항으로 호소력을 갖는 구성적인 가곡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그의 가곡전반에 걸쳐 연연하게 흐르고 있는 작가적 기조는 역시 구성진 민속적 정서와 슬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그는 가식 없이 소박하고 순수하게 노래를 통해 표현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적 정서가 어떤 서정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론 익살과 풍자 그리고 저항과 모멸의 다양한 표정으로 생동력을 가지고있다.
물론 작품에 따라 가사의 억양처리가 미흡한 곳도 더러 있고 곡상의 전개가 단조로운 대목도 있긴 하지만 『초혼』의 박진하는 공감과 구성력 『서울길』『황톳길』『녹두꽃』등의 민속적인 소박한 멋, 「탈」의 익살과 풍자, 더 나아가 사회부조리에 대한 자조적 저항이 극적으로 부각된 노래들은 지극히 감동적인 작품들이다.
그리고 노래들이 가창의 무리가 없고 자연스럽게 흘러 일반에게 널리 불려질 수 있는 소지를 가지고 있다.<김형주(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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