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영합리화「무드」타고 전업재편 러쉬(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9년의 부실기업정비조치 이후 70년부터 계속된 제한적 통화정책, 환율의 상향조작 및 외자도입규모의 축소 등 경영여건이 어려워지면서 합리화 무드를 탄 기업재편의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6·28 환율인상의 충격에 이어 닉슨의 달러방위조치, 일본의 엥화 절상 등 잇단 국제경제정세의 악화는 변동하는 정세에 적응할 수 있는 기업체질의 유연성을 강요함으로써 올해 들어 경제계는 기업매매 러쉬를 이루고 있다. 그 실태를 정리해보면-.<편집자주>

<기업매매의 실태점검>기업매매의 움직임을 보면 영화사에서부터 보험회사·은행에 이르기까지 극히 다양하며 재편의 흐름도 ▲경영주체의 변경 ▲유사업종의 종사·수평적 통합 ▲실권회수에 따른 소유권 이전 등의 여러 패턴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업계자체의 직접적인 개편뿐 아니라 은행을 통한 간접적 개편 또한 상당한 범위에 이르고 있다. 우선 업계자체에서 일어난 기업재편의 두드러진 예를 살펴보면-.
가장 큰 규모의 기업재편은 동해화전의 한전인수추진이다.
민간전력회사 인가방침에 따라 첫 테이프를 끊었던 동해화전은 외자만도 6천 7백만불(외화대부 2천 2백만불 포함)로 쌍용계가 추진, 1호기와 2호기를 준공하고 3호기를 건설중인데 작년 12월에는 파나마 UDI사와 53대47의 합작투자로 전환한 다음 한전과 송수전계약을 맺은 지 얼마 안돼 한전인수가 추진되었다. 이것은 전력수요의 잘못된 추정으로 전력시설과잉을 일으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며 반대로 쌍용계는 천우사·삼성물산·영농상사·반도상사·금성산업 등 5개 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한남무역(대 인니 수출전담회사)의 금성산업을 제의한 4개 사 주식을 모두 사들여 새로 무역회사를 추가하기도 했다.
원료메이커와 제품메이커 간의 알력은 결국 제품업계가 원료메이커를 매수하는 방법으로 낙착되기도 했다.
진양화학, 삼영화학, 락희화학 등 플라스틱제품 회사들은 부실기업체로 정비되어 신동아 보험으로 넘어갔던 대한플라스틱과 공영화학을 공동 인수키로 지난 9월 최성모씨와 합의한 바 있다. 차관자금의 해외도피, 관세법위반혐의 등으로 계속 말썽을 빚던 한국알루미늄은 최근산은의 1백% 출화관리 기업체로 넘어갔다.
외화 1천 3백 48만 달러, 내화 19억 5천만원을 들여 68년에 준공한 한국알루미늄 계속 된 결손누적으로 창업자인 장영봉씨가 6억 5천만원의 주식을 포기, 산은에 무채양도하고, 산은은 8억 3천 7백만원의 융자를 투자로 전환, 완전한 산은소유기업체가 된 것이다.
6개 생명보험회사 중 경영이 가장 부실했던 고려생명(대표 강덕찬)은 보험회사경영경험이 없는 화성산업의 박문상씨에게 넘어갔다.
박씨는 법정자본(3억원) 미달액 2억 5천만원을 현금으로 출자, 육성하는 조건으로 고려생명을 인수, 7억원 가량의 부채를 비업무용부동산처분으로 상환, 도산 위기를 모면했다는 얘기다.
철강 「메이커」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동국제강은 방계회사인 부산제철과 한국강업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같은 업종의 한국철강인수를 산은과 교섭 중이며 동양합섬은 같은 계열의 태광산업에 합병되었고 자동차부품메이커로 다같이 미국기업과 합작한 동양 「워나」와 현대「기아」가 통합을 추진하는 등 같은 업종끼리 경쟁을 막고 경영을 합리화하기 위한 통합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밖에 고려제지의 김원전씨와 이연씨 간의 분규로 말썽을 빚었던 동원탄좌는 대한교육보험의 채권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으로 광염권이 7억 4천만원에 교육보험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기업재편의 움직임은 지금까지 기업신설에만 급급했던 재계가 이젠 감당하기 어려운 부문을 정리하고 새 차원의 다각화를 위한 시도의 일단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기업이 어느 정도의 규모까지 성장하면 반드시 한계에 부딪친다. 소기업이 중견기문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경영자의 인재·조직력·기술력·마키팅 등의 요인이 벽에 부딪친다는 뜻이다.
특히 기업간의 경쟁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무대로 자리를 옮기고 난 70년대에는 기업환경마저 핍박해져 스피디한 경영전략이 요청되고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선진국에서도 경영다각화의 극치라는 기업매매시대가 개막을 알리고 있다. 새로운 용지를 확보하고 많은 자금을 들여 공장을 세운 후 기계·사람을 구하는 것은 이미 때늦다는 것이다.
종업원·기술·판매시장을 묶어 사들이는 방법이 필요하며 이를 가리켜 기업결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60년대의 경영전략은 팽창위주의 기업흡수였으며 이에 따라 컨글로머리트가 등장한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경영확대만을 거듭한 결과, 수익성이 저하되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이를 반성한 거대기업들은 즉각 필요 없는 기업체를 처분하고 수익성 높은 기업과 결혼하면서 규모를 축소 조정하는 재정비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삼정물산의 예를 보면 1백 90개 사의 자회사가운데 50내지 60개 사를 정리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기업의 대자회사관계는 운명공동체가 아니라 이익협력체라는 개념의 변화가 특히 두드러지는 오늘의 기업경영방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이종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