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 안 받고 사건처리 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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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형사피의자를 연행한 담당형사가 조서를 받지 않은 채 사건처리를 미루다 휴가를 떠나 연행된 피의자가 추운 형사과 대기실에서 3일 밤을 새우고, 경미한 접촉사고 피의자를 2일 밤씩 대기실에 가두고 늑장을 부려 피의자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
서울노량진 형사과 이학원 형사(34)는 지난 10일하오 9시쯤 교통사고를 낸 황금출씨(23·봉천동81)를 업무상과실치상혐의로 연행했으나 황씨를 형사과 대기실에 넣어놓은 채 2일이 지나도록 조서 한 장 받지 않고 있다가 12일 장인이 아프다는 이유로 연가를 받아 부산으로 떠나버렸다.
그러나 이 형사는 떠나면서 자기가 맡은 사건을 다른 동료에게 인계하지 않고 담당계장이나 과장도 이 사건을 재 배정하지 않아 황씨는 아무런 조서도 받지 않고 13일까지 상오 현재 형사과 대기실에 갇혀있는 실정이다.
황씨는 지난 1일 영등포구 봉천2동 466앞 공터에서 세워둔 서울 영7-5779호 「트럭」을 운전하다 김정숙씨(25·여·봉천동100)와 김영희씨(21·여)에게 2일과 3일씩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연행되었다.
한편 11일하오 11시쯤 서울 영등포구 사당동 입구에서 접촉사고를 낸 서울 영1-4155 「택시」운전사 김봉암씨(32)와 서울 영8-68 5「트럭」운전사 한갑철군(20)은 이날 밤 11시30분쯤 청량리경찰서 형사과에 연행되어 담당 이모형사(50)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나 「택시」에 타고 있다가 경미하게 부상한 승객의 진단서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사건처리를 미루는 바람에 2일 밤을 형사과 대기실에서 새우고 13일 상호 현재 대기실 안에서 사건처리 되길 바라고 있다.
▲주덕식 경무과장의 말〓지금까지 그와 같은 일이 있는 줄 몰랐다. 조사해서 처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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