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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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파시다, 파장이다.
꽹과리소리도 요란스레 6주일동안 흥청거리던 국체도 이제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어느 면에서는 대단히 거창한 민족의 제전임에 틀림없었다. 1만6천명의 각 지방 선수단이 참가했고 「메달」수만도 4천개가 된다니 말이다.
「뉴스」거리로서도 대단한 것이었다. 모든 보도「미디어」가 꼬박 6일 동안 만사 제쳐놓고 여기 매어 달려 있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나라 안팎이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었다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이래서 푸짐한 잔치라는 말도 나왔다.
이번 체전을 치르는데 2억이 들었다고들 추산하고 있다. 전야제에만도 4천여 학생들이 동원되었다. 이들이 그 멋진 「카드·섹션」과 무용을 위해 소비한 시간과 돈은 또 얼마나 되겠는지.
생각 않는 게 훨씬 마음 편하다. 잔치 때에는 그저 떡 한쪽이라도 더 얻어걸리기를 바라기만 하며 되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가장 흥겨워했을까? 과연 누구를 위한 잔치였을까?
틀림없이 여관집 그 주변의 식당주인들이 톡톡히 재미를 봤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음으로 재미를 본 것은 임원들이었을 것이다. 서울에 올라올 때에는 모두 빈 주머니였다. 어느 도에나 예산이 전혀 없었으니 도리 없는 일이었을 게다. 그러나 여관집마다에 내 걸렸던 『모금 실적표』를 보면 꼭 빈집에 소 들어간 격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보람이라도 있는 잔치라면 모든 걸 다 눈감아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한국 신기록 9개, 대회신기록 62개. 그러나 「메인·이벤트」인 육상과 수영에서는 신기록은 하나도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는 정말 먹을게 없는 모양이다.
하기야 잔치란 먹는데 에만 뜻이 있는 건 아니다. 모두가 한데 모여 흥겨워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체육에 외 관심이 돋우어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애써 돌려 생각해야 마음이라도 좀 편해진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지방의식만을 자극시킨 흠도 없지 않다. 이래서 잘 싸운다는 「스포츠맨 쉽」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저 득점에만 신경을 쏟았던 것이다. 체육한국의 건설이란 물론 좋은 말이다. 국력이 곧 「스포츠」에 반영된다는 것도 옳은 말이다. 그러나 「스포츠」가 앞지른다고 국력이 따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에 「노벨」과학상의 후보자는 한 명도 없이 시민들의 생활환경은 세계에서 몇십 번째가 되면서 한국의 선수들이 세계의 「스포츠」를 석권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부끄러운 얘기다. 물론 가치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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