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회 작전 뒤늦게 후회할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정희 대통령은 8일 저녁 공화당 당무위원들을 청와대로 초대, 저녁을 같이 들면서 시국 얘기를 나누었다.
「10·2」항명 파동 후 서먹서먹한 당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처음 모인 만찬석상에서는 파동에 관한 얘기를 피하고 군인들의 고려대학 난입, 원주 신부 「데모」 사건 등 요즘의 사회문제가 화제였다고.
박대통령은 신부들의 「데모」에 대해 『선량한 국민들을 선도해야 할 신부들까지 거리에 나선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못 마땅해 했다는 것.
백남억 당의장과 김용태 당무위원 등은 이날 하오 친선 「골프」를 치다가 갑자기 연락을 받고 만찬에 참석했으나 현오봉 총무는 김재광 신민당 총무와, 장경순 국회부의장은 학병모임인 「1·20 동지회」 선약 때문에 불참.
한편 김종필 총리는 9일 낮 공화당 당무위원들과 각료 등 23명을 태릉「골프」장에 초대.
공화당 집안사정 때문에 8일 만에 한진 상사 노임분규 조사에 들어간 국회 보사위 5인 소위원회는 행정부 측의 맥빠진 대답 때문에 푸념만 늘어놓다 끝났다.
출두 요청을 받고 소위에 나온 홍종관 보사부차관과 조의창 노동청장은 위원들의 질의에 『조 사장을 만나려다 못 만났다』 『한진과 노무자간의 계약문제는 잘 모르겠다』 『법원판결에 따르겠다』는 식으로 어물어물 대답을 피하려고 했던 것.
행정부 측이 이런 식의 호도로 일관하려하자 오준석 위원장은 『오래 전부터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사건인데 연구나 하고 나와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할 판에 이래서야 국민들이 어찌 행정부를 믿겠느냐』고 호통을 쳤다.
정부측 대답이 이쯤 되자 위원들도 힘이 빠졌는지 오세응(신민) 의원은 『답변준비가 안돼 있어 질문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국회의원의 조사문제, 군인의 학원난입 사건 등에 대해 대 정부질문공세를 펴려고 두 번씩이나 총리의 국회출석을 요구한 신민당은 7, 8일 이틀 동안 본회의가 우회되고 11일 김종필 총리가 「이란」으로 떠나게되어 신민당 의원들은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다고 푸념.
김재광 신민당 총무는 9일 『김 총리의 출국이 예정되었던 것이긴 하지만 국회 일에 재를 뿌린 셈』이라면서 『그러나 새해예산심의 등을 어렵게 만들어 뒤늦게 후회할 것』이라고 했고 휴일인 9일에도 국회에 들른 몇몇 의원들은 『총리의 외유가 어려운 문제를 용케 피하는 절묘한 것이지만 휴일이라고 국회를 못 열 것도 없지 않느냐』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