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의 상업적 농업의 전개』일문 임병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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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근래 해외에서 우리학자들의 저서가 많이 발간되어 내외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 임병윤 박사는 일제지배하의 한국농업실태분석을 기도한 표제의 저서를 발간하여 우리학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저자는 일찌기 연세대학을 졸업하고 일본동경대학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 저서는 저자자신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바와 같이 그의 동경유학 9년여의 결산서가 되는 것이다.
이 저서는 전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장 이조농업변모의 제 요인 분석, 제2장 토지조사사업과 상업적 농업의 생성, 제3장 산미 증식계획의 필연성, 제4장 저리자금 및 지주제와 산미 증식 계획, 제5장 「모노컬처」적 상업적 농업의 발전과 농가경제로 되어있다.
서술의 내용에서 보면 이 저서는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진다고 하겠다.
첫째 부분 제1장은 기본적으로는 실물경제에 바탕을 두고있던 이조의 전통적 농업이 개항 후 상품경제의 농촌침투, 화폐제의 창설 및 지세 등 제공과의 금납제, 농산물의 해외수출을 통하여 전개되는 농민경제의 변화과정을 논한 것이며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이조농업의 변혁은 이미 합방 전에 진전되어 갔다는 점을 강조한다.
둘째 부분 제2장은 토지조사사업의 역사적 의의를 논한 것이며 저자는 토지조사사업은 합방 전에 이미 점진적으로 형성되어온 봉건적 농업구조의 해체를 제도적으로 확립시킨 작업으로 이해하고 있다.
세째 부분(제3, 4, 5장)은 일제식민지경제정책으로서의 산미 증식계획의 본질과 그 결과를 논한 것으로서 이 저서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저자는 산미 증식정책을 일본자본주의의 성장과정과 결부시켜 이해하며 이는 식민지 조선이 담당해야했던 경제적 역할로 계획되었다는 점을 밝혔고(제3장), 그 실시과정에서 전개된 식민지적 지주제의 형성과 소 농민의 몰락을 논증했으며(제4장), 끝으로 미 곡단 작농업이 결과한 조선경제의 파행적 구조와 미곡 풍작 속의 농민가계 파탄의 논리를 해명하고있다(제5장). 일제지배하의 한국농업의 실태에 관해서는 해방 전 및 그 이후에도 많은 학자들의 논문이 발표된 것이나 저자는 이 저서에서 특히 농산물의 상품화를 통해 전개되는 식민지농업의 역사적 성격을 밝힘으로써 그 유물을 이어받은 한국농업이 갖는 문제점을 제시하고자한데 이 저서의 뜻이 있다고 생각된다.

<일본 동경 대 출판부간> 조기준<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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