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멸망은 은 부족 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로마」제국이 은의 생산과 공급부족으로 멸망했다는 새 학설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로마」제국이 음주기와 식기에 도금된 납(연)의 해독 때문에 그 지배 계급의 육체적 쇠퇴로 멸망했다고 사회학자들이 주장했다. 또 어떤 사가들과 철학자들은 해외전쟁빈발, 사회적 불평등, 퇴폐 풍조, 과잉야망에「로마」제국의 멸망원인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의 지구화학교수「클레어·패터슨」박사는「로마」제국의 멸망이유는 은의 생산과 공급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오염을 연구하던 「패터슨」박사는 납의 공급사를 추구하던 끝에 고대의 은 생산을 조사하게 되었다.
이 연구에서 그는 3세기께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로마」의 은화공급으로 그 나라 경제의 뼈대가 허물어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원래 「로마」는 기원전50년에서 기원1백년에 이르는 기간 연간 3만t에 달한 「이베리아」반도에서의 은 생산으로 교환경제를 번성시켰으나, 그후론 은의 매장량이 줄어 그 당시 기술로는 더 깊은 곳에 묻힌 은을 캐내지 못했고, 은화가 부족한 대신 물물교환경제로 후퇴, 결국은 경제파탄이 닥쳐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틈엔가 자기도 모르게 온몸의 피가 빠져 죽어버린 격』이 됐다고 한다. 「로마」제국의 막강한 군대도 은 생산을 위해 15만 명의 노예를 보급했어야 했다. 「패터슨」교수의 주장에 의하면「그리스」의 쇠망도 은 공급감소와 일치한다고 한다.
그 당시 「라우리온」은광의 폐광과 더불어 「아테네」의 영화가 사라졌다는 것이며 중세암흑시대의 몰락도 마찬가지로, 근세의 흥기도 중부「유럽」에서의 대 은광 발견과 때를 같이 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를 보아도 1900년에서 50년에 이르는 기간에 5억 「달러」상당의 은화가 소멸되었다는 것이나 현대에 와서는 지폐와 은행신용 법내로 인해 은의 공급부족에는 관계없이 경제적 안정이 유지될 수 있다고 「패더슨」교수는 말하고 있다. <타임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