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둘러싸고 한·일응원단 옥신각신 한국성원도 보람없이 패배한 「필리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일축구전은「말레이지아」의 우승 때문에 김빠진 경기로 생각됐지만 역시 전통적인 감정 탓인지 관중은 거의「스탠드」를 메웠다.
「뮌헨」을 향한 한 가닥의 소망 때문에「말레이지아」-「필리핀」의 경기에서 관중들은 한결같이「필리핀」을 응원했으나「필리핀」의 「플레이」는 끝내 응원에 보답하지 못했다.
3천여명의 대규모 일본응원단이 온다던 한·일전에는 이날 50여명의 일본응원단만이 참석, 대형 일장기 1개와 4개의 중형 일장기를 들고 「스탠드」한가운데에서 응원했는데 한때 우리응원단과 옥신각신,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한국과 일본응원석 사이에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긴장이 오갔으나 3분만에 한국이 선취점을 얻자 험악한 분위기는 곧 사라졌다.
「필리핀」을 5-0대파, 「뮌헨」행「티키트」가 확정된 「말레이지아·팀」은 경기직후 주장「찬드란」을 앞세우고 운동장을 한바퀴 행진, 관중들의 열렬한 갈채를 받았다.
「매클라렌」「코치」는 경기도중 첫「골」을 얻자 「벤치」에서 벌떡 일어서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등 흥분했으나 두 세 번째 득점이 추가될 때부터는 덤덤한 표정으로 가라앉았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 이날 운동장에는 1백30여명의 경찰과 40여명의 헌병들이 출동했으나 한·일전에서나마 한국이 승리하여 관중들이 탈없이 돌아감으로써 대회본부와 경찰관들은 한결같이 안도의 표정들을 지었다.
국제경기 때면 으레 나타나는 이갑정이란 응원 선도자가 지난번 대「말레이지아」전에서도 실수를 저질러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이날 한·일전에 또 나타나 관중선동을 시도하려다 『당장 꺼져라, 재수 없다』는 호통을 받고 슬그머니 일단 사라졌다. 「그라운드」에서 쫓겨난 이는 「스탠드」에 올라와 부분적인 응원을 다시 펴려했으나 관중들은 『저 친구 돈 것 아니냐』며 냉담, 끝내 응원선도는 못하고 말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