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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국면…섬유협상|미측태도굳어 정부결단만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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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섬유협상은 이제 정부가 어떤 결단을 내려야할 절박한 국면에 이른느낌이다.
지난6월 서울에서 있었던 한미섬유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주리크」씨가 9월23일 정부에『10월1일한 정부간협정체결, 10월15일부터 일방적수입 「코터」제실시』라는 최후통첩을 전하고간뒤 벌써 1주일여-때마침 한미상공장관회의참석차 「워싱턴」에 가있던 이낙선장관을통해 그동안정부는 마지막 흥정을 시도해보았으나 전위로 끝나고 말았으며 그러는중에 어느새 통고된 10월1일이 왔는데 정부는 아직도 확고한 태도를 결정짓지 못하고있다.
예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하려던 이상공은 정부의 긴급훈령으로 출발을연기, 현지시간으로 29일하오 「케네디」섬유문제특별보좌관과 다시 접촉하여 한국의 딱한 처지를 설명하면서 앞서통고한규제안의 재고를 호소해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에따라 이장관일행은 30일 (현지시간)「워싱턴」을출발, 당초 일정대로2일 귀국할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상공이 귀국한 뒤에야 밝혀지겠지만 이제까지의 접촉에서 얻어진 결론은 ①미국정부의 태도가 예상외로 강경하다는 사실 ②시한과 함께 통고된 규제안이 지난 6월에 제시된것과 비교하여 월씬가혹하다는 사실 ③다만10월1일이라는 시한이 절대적인것은 아니며 약간의 신축성이 있기때문에외교 「채늘」에 의하건 또는 기타 방법을 통해서건 재협의의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지는 않다는 정도등이다.
그러나 시간적여유가 그렇게 많다고는 생각되지않는다. 일부에서는 그여유를 미국의 일방적수입제한예정일인 10월15일 하루전까지로믿고 있기도하나 그것은어디까지나 우리의희망적관측일 뿐이다.「홍콩」과대담을거쳐 다시 동경에온「주리크」씨는 지난29일「옴스테드」주한「유세이드」처장보를시켜 앞서의통고에 대한한국정부의수락여부를 상공부에 문의해왔다.
일방적 수입제한을 위해서는 얼마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기때문에 하루속히 통보해줄것을 아울러 요구했다 한다.
한편 이때까지 즐곧 침묵을 지켜오던 수출업계의 섬유류제한대책추진위는 30일 돌연 규제안의기준연도를 70년10월1일이후 71년 9월30일까지1년간으로 할것과, 평균신장율을 연12%로하여내년1월부터 실시토록 하자는 내용의 대안을 제시 함으로써 은연중 섬유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자칫하면 미국의 일방적 수입제한에 부닥칠 염려마저 없지않다.
이렇듯 숨가쁜순간에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것인지 실로 궁금하기 짝이없다.
지금껏 미측의 통고내용조차 밝히기를 거부하고있는 정부당국은 이상공의 귀국을 기다려 내주초에 어떤 단안을 내릴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은 결국 미측의 규제안을 수락하는것이거나 아니면 그보다는 약간 유리한 마지막 대안을 한번더 제시하는것이 될것이다.
「흥콩」과 대담이 아직미측규제안을 수락하지않았고, 일본이 2일중「기시」전수상을 「워싱턴」에급파, 재협상을 시도할계획이므로 현재로는 후자를선택할 가능성이 많다.
당초 정부간협정체결을위한 협상까지도 거부하면서 처음에는 연평균증가율40%, 뒤에 20%이상의 선에서 자율규제할용의를 시사해온 섬유수출업계의 12%안은 불과열홀전까지만해도 상상도할수없던 대단한 후퇴인데 상공부고위당국자는 이에대해 「의외」라면서도 『현실성있는 수준으로 접근해왔다』고 퍽 함축성있는 논평을 가했다.
정부의 대안을 업계가 대신해서 제시한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고있지만 아뭏든 연평균12%가 미국측의 종전주장과비교해서 상당히 접근된것임에는 틀림없다.
6월회담때 미측이 제시한것은 초년도에 10%, 2차연도에 9%, 다음3년간 7%씩으로 연평균8%수준이었으며 대만은11%를 깃점으로 매년1%씩 체감, 연평균9%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만약 그당시에 정부가12%안을 제시했었더라면 수락되고도 남음이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앞선다.
당시 정부는 20%를「마지노」선으로 제시했었으며 이번에 「워싱턴」에서있은 교섭에서도 이를고집한것으로 알러져있다.
그러나 상황이 전혀 달라진 이제 20%벽은 사실상 무너졌다고 보아야하며 현재로는 12%선까지 관철키 어렵지않을까 여겨진다.
그것은 비공식으로 밝혀진 5%내지 7%라는 미측규제안과 다시 많은거리가 생겼으며 동시에 기준연도의 차이에 따라 규제량이 크게 달라지기때문에 미측은 더욱 난색을 보일 전망이다.
정부는 협정내용에 이견을 제시했을 뿐 협정해결원칙에는 오래전에 동의했다. 지난 6월16일부터 18일까지 섬유회담이바로 그런 전제밑에 이뤄진 것이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다소나마 유리한 방향으로 종결짓지 못하고 최후 순간까지 실현성없은 주장을 내세워 결국 미측 주장을 받아들여야하는 사태가 온다면 그책임을 전적으로 미국정부에만 돌릴 수는 없을것이다. <변도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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