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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제17회 과학전의 대통령상은 『인력용모심는 기계』에 주게 되었다한다. 발명품으로서는 17년만에처음 있는 영광인것 같다.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 17년동안에 과학의 발달이 이 정도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해마다심사위원들은 전년에비해작품수준이질적으로향상되었다지만 여전히 전국과학전이라기엔 좀 낯간지럽다.
도시 우리는 전통적으로 과학적 사고력이 너무 부족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금할 수 가없다. 동양인의사고방식이 비논리적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제5세기의 중국에 조중지라는역학자가 있었다. 그는 원주율을3·141592까지 정확하게산출해냈다. 서구의 학자보다 1천년이나 앞선일이었다. 그는 또1년을 365·2428일로 쳤다. 이계산으로는 1만년이 지나도 6일의오차밖에 안생긴다. 이 무렵에 있던 서양의 「캘린더」로는1천년에 8일씩이나 오차가 생겼다.
이렇게 보면 동양의 과학적수준도 뛰어났었던게 분명하다. 우리도인쇄술·첨성대·종이제조법들을 자랑하던 한때도 있었다.
그러나 조중지가 원주율을 산출해낸 방법은 지극히 동양적이었다. 서양의 학자는 정리와 증명을 거치는 논리적방법에 의해서 원주율을 밝혀냈다.
조중지는 꼼꼼하게 원형을 계산해가면서 얻어냈다. 그것은 서양의 수학을 중국에서는 산술이라고 하던 차이와도 같았다.
이런 차이룰 더욱 엄청나게 만든 것은 과학적 사고를 반기느냐아니냐하는 문화풍토에 있었다. 「레오나르도·다·빈치」는 동시에뛰어난 과학자이기도 했다.
동양에서는 과학을 「술」이라고만 여겼다. 공장이 천시된 것도 이때문이었다. 이처럼 학과 술이분리된데서 더욱 발명의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봐야할것이다.
지금은 물론 사정이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새는 가장 우대되고 있는게 과학자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들이 환영받는 까닭은 그「술」에 있지 과학적사고에 있는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숱한 계획속에 묻혀 살고 있다. 지하철공사에서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매일같이 계획과 「차트」에 쫓기고있다. 이런계획이 나쁠리는없다. 또 기술을탓할 까닭도 없다.
그러나 너무 과학적 기술에만 치우쳐 인문적인 요소들을 저버리고 있는것만 갈다.
과학의기틀에는 「다·빈치」와같은 유연한 사고가 있어야 할것이다. 「술」밖에 모르는 과확자의 해독은 어쩌면 정치밖에 모르는 정치가의 해독보다 더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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