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의 집단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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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두뇌집단(Think Tank)이라는 용어가 저널리즘에 등장한지도 꽤 오래지만 아직도 우리 나라에서는 생소한 느낌을 준다. 미국 신문계에서 미공군의 Think Tank, RAND Corporation이라는 표제를 붙임으로써 유행하기 시작한데서도 짐작되듯이 두뇌집단하면 우선 미국의 유명한 RAND를 연상하게 된다. RAND는 Research and Development의 약자로서 연구개발기관이라는 뜻이 된다.
미공군의 요청에 의해 전략개발을 위한 민간독립연구기관으로서 1948년에 발족한 RAND는 그동안 많은 중요업적을 쌓았고 오늘에는 전략부문 외에 사회부문의 국가 정책적 연구과제도 다루고 있는 연구기관이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한나라가 안고 있는 국가적 과제는 매우 복잡다기해서 한 개인이나 한 전문분야의 지식과·기법으로는 족히 처리할 수 없는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분야가 각기 다른 우수한 인재를 한자리에 모아 두뇌의 집단화를 이룩하고 국가적 과제의 해결방안을 연구, 개발케 하여 정책에 반영시키는 움직임이 선진 각국에서는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추세인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66년에 과학기술분야의 종합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가 설립되었고, 최근에는 사회과학분야의 「한국개발연구원」, 군사과학분야의 「국방과학연구소」, 그리고 「한국과학원」이 잇따라 설립되어 두뇌집단으로서의 과학단지를 형성하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것이다.
연구기관으로서의 두뇌집단은 국가정책 지향적인 연구활동만이 아니라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연구수요에 부응한 연구업무를 수행하는 기능도 가지게 된다.
미국의 바텔 기념연구소는 계약 연구기관으로서 이러한 기능분야의 대표적인 예가 되고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가 산업계로부터 위탁해오는 연구업무를 수행하는 계약 연구기관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두뇌의 집단화를 위해서는 우선 인재의 집결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개발도상국에 있어서는 해외로의 두뇌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되어 있으나 우리 나라의 경우는 국내외에 각분야의 우수한 인재가 상당수 있으며 특히 해외재류 과학자의 국내 유치에 성공하여 국제적으로는 두뇌의 역수입의 모델·케이스로 된 것이다.
연구개발사업은 거대한 투자를 요하는 것인 만큼 정부의 장기적 재정지원에 의한 안정성의 보장을 얻는 것이 또한 두뇌집단의 유지 관리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두뇌의 집결과 재정적 안정을 얻었다해도 연구행위의 본질자체가 창조적인 작업인 만큼 자유롭고 독립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하면 두뇌의 집단화는 성공하기 힘든 것이다. 따라서 독립성과 자율성의 보장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이미 두뇌집단으로서의 과학단지를 건설하고 있음은 상술한 바와 같거니와 국가적으로 많은 난제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민총화로 모든 지혜와 능력을 총집결하여 이 난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하겠으며, 따라서 이 두뇌의 집단화와 운영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정부와 경제계에서는 아들 두뇌집단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의 지원이 계속되어야 함은 물론이며 국민 일반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되겠다. [심문택<과기연 소장서리·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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