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서예협회 작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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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예는 지금 한정된 사람들의 예능처럼 돼 있다. 하지만 철필과 「잉크」가 보급되기 이전에 먹과 붓은 일상의 필기도구. 말하자면 모든 사람이 서도를 밟기 때문에 그 가운데 격의 뛰어남이 뚜렷했지만 특정인의 예술로 승격된 이후 오히려 그것이 모호해진 느낌이다.
현대미술이 바로 그러하듯이 그 수준에 모호한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국민서예협회의 취지는 그런 서예를 다시금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예능으로 이끌려는데 있다고 해석된다. 지난해에 이어 금년 두 번째 공개되는 국민서협전은 이미 통념화한 서예들가만의 작품발표를 꾀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국전 같은데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연로층이나 지방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인 것이다.
기존서예가 그룹으로서 한국서예가협회가 있으나, 그들은 국전의 연장이라 할 수 있는데 비하여 국민서협은 훨씬 재야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집결이다.
출품회원은 회장 정필선씨를 비롯해 27명.
전체 「멤버」구성으로 보면 울먹줄먹한데가 없지 않으나 그게 곧 이 협전의 성격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에 대필로서 『불』한자를 6m나 길게 써 시선을 모으고있는 김창환 부회장은 조폐공사 부장. 그밖에도 금인석(한국비료감사역) 설창수(시인) 신대식(의박) 정경숙(박충훈 전 부총리부인) 석도수(미술평론가)씨 등 대다수가 비직업적인 서예인이다. 또 순천의 김천동, 대구의 임기순씨 등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는 분.
국민서협은 이러한 재야서예인의 규합을 통하여 내년부터 민전형식의 공모전을 베풀 계획이다.

<26일∼30일 국립공보관서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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