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만에 폐간되는 루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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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37년에 창간되어 34년 동안 미국 화보 잡지계에 군림했던 격주간지 루크가 오는 10월19일자 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된다. 활자 문명의 멸망을 예고한 맥루헌의 진단이 적중하고 있는 것일까? 「루크」지의 모 회사인 「콜즈·커뮤니케이션」사가 지난 2년 동안 신문 2, 출판업, 잡지 등을 폐쇄하고 텔리비젼 3, 라디오 2, 2개 전문지만을 남겼다는 사실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긍정적인 해답을 내어놓고 있다.
6백50만부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고 있는 「루크」지가 폐간되어야 했던 이유에 대해서 「콜즈·커뮤니케이션」사 회장 「마이크·콜즈」씨는 제작비의 격증과 광고원의 감소, 그리고 이에 더해서 우편료의 인상 등을 들고 있다. 「루크」지는 그만한 부수에도 불구하고 지난 30개월 동안 1천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고 한다.
텔리비젼의 대두로 「스틸」화를 주축으로 하는 화보가 별로 인기를 모으지 못하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인기 저하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광고주들이 화보의 광고 효율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광고수가 줄면 광고의 단가를 올려야 되는데 6백50만의 부수를 가졌더라도 광고주의 회의는 광고 단가의 인상을 불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루크는 69년 이러한 「딜레머」를 해소하기 위해 농촌 지대의 독자들을 대폭 끊어내고 부수를 15만이나 줄였었다. 그것은 제작비를 감축해서 광고 수입 면의 저조를 막아 보려는 기도에서 실시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하지 못했다.
「루크」지의 폐간으로 미국에는 유일한 화보 「라이프」만이 남게 된다. 그나마도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70년부터 「라틴 아메리카」및 태평양 지역 판을 중단했다.
미국의 잡지계가 「텔리비젼」의 대두로 타격을 받게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69년2월에 폐간된 「새터데이·이브닝·포스트」지이다.
1백48년이란 오랜 전통을 가진 이 잡지는 1백여만의 부수에도 불구하고 광고 수입의 저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폐간되었던 것이다.
미국 잡지의 고민은 내용면에서도 심각히 나타나고 있다. 즉 대중 문화에 대한 비판자들이 주장하는 소위 「질의 평준화」가 광고주의 압력으로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다. 너무 강한 문제 의식을 지면에 반영한다는 이유로 최근 해고된 「하퍼즈」지 편집자들의 경우가 그 좋은 예이다.
「루크」지의 폐간이 표면화한 미국 잡지계의 고민은 내용면에서 일정한 수준을 지키면서 폐간의 모험을 무릅쓰느냐, 아니면 잡지의 질을 저속화시켜서 승산이 빤한 「텔리비젼」과의 경쟁을 좀더 지속시켜 보느냐는 심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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