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격화한 북괴도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제정세가 긴장완화의 움직임으로 특징 지어지고 남북적십자회담에 대한 내외의 기대가 날로 고조되고 있는 이때 북괴는 의식적으로 그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듯 악랄한 도발행위를 계속 일삼고 있다.
18일과 20일 대 간첩대책본부가 발표한 것을 보면 북괴무장공비 4명이 김포반도에 침투했으며, 아군은 그중 3명을 사살하고 그 잔당 1명을 추격 중에 있음을 발표했다. 이들은 17일 김포군 검단면 금곡리 좌등마을의 산골에 잠입, 11가구의 외딴 마을을 점거, 닥치는 대로 무차별 난사를 강행함으로써 우리측에 많은 인명피해를 내게 했던 것이다.
이처럼 무장공비들은 아늑하고 평화로왔던 마을을 순식간에 수라장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무차별 난사를 가하여 천진한 어린이와 가을일손이 바쁜 농부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또 우리는 이번 소탕전에서 호국의 영령이 된 해병 5명과 민간인 3명의 희생에 대해서 삼가 조의를 표하면서 다시 한번 그들의 만행에 대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다.
북괴는 남북적십자회담이 진행되기 시작한 지난 8월12일 이후 오히려 도발행위를 격화시키고 있으며, 그 술법에 있어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
이번에 침투한 무장공비들이 AK소총을 비롯해서 권총·수류탄·송수신기·「비라」살포탄·불온서신·동사기 등을 휴대한 것이라든지, 인가에 뛰어들어 무차별 난사 또는 인질작전 등을 벌인 것 등은 바로 그것을 잘 설명하는 것이다.
북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8월16일부터 20일까지 닷샛 동안 전 휴전선에 걸쳐 14명의 무장공비를 다섯 차례에 걸쳐 침투시켰으며 8월27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서부휴전선 파주군 탄현면 6개 부락에 3만여 발의 기관포 사격을 가했다. 그런가 하면 8월30일 북괴는 동해에서 오징어 잡이 하던 어선을 납북했다.
이와 같은 북괴의 야만적인 도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국제정세가 긴장완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남북 적십자 회담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북괴는 여전히 무력 남침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그들의 이른바 「남한혁명전략」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음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것이다.
세계의 주시 가운데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이 시점을 이용해 북괴가 도발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히 그들 오산에 의한 것이며 그들은 남북적십자회담 자체를 공산혁명의 한 수단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다는데 그 근본적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공산주의자들이 전통적으로 내세우는 『협상도 대결의 일부』라는 것과 『무력도발은 이른바 혁명분위기의 조성』이라는 전략전술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면전쟁 일면협상』이라는 공산주의자들의 술책은 잘 알려진 것이며, 또한 평화공존시의 침략방법으로서 공작→침투→「게릴라」전의 전법을 쓰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것이다. 상대방 국가 사회 내에 분열이 격화되거나 전반적인 정세가 평화「무드」에 젖었을 때, 그들은 한편에서 협상을 제창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더욱 치열한 무력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상대방 국가사회의 자체붕괴를 노리는 것이 공산전략인 것이다.
북괴가 남북적십자회담과 때를 같이 해서 도발을 격화시키고 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우리측에 일부러 회담을 결렬시킬 수 있는 구실 같은 것을 만들어 줌으로써, 후일 다른 이유로 회담의 결렬이 불가피하게 됐을 경우에 대비하여 그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한 책동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 국민으로서는 북괴의 이처럼 음흉한 전략 전술을 꿰뚫어 보는 신명을 잃지 말아야 함은 물론, 저들이 노리고 있는 효과를 도리어 우리가 이용할 줄 아는 삼원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인내를 가지고 적십자회담을 진행하되, 앞으로도 그치지 않을 저들의 기습이나 도발에 철통같이 대비를 할 수 있는 만반태세를 갖추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