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압축한 백일"이라 자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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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종필 내각은 13일로 출범 백일을 지냈다.
취임이래 밀어닥친 국제 정세의 급변, 남북 적십자회담 추진, 그리고 8·23사건, 광주단지사건, 물가고, 사법 파동, 수련의 파동 등 잇따른 사회 문제로 시련을 겪어 『10년을 압축해서 겪은 백일이었다』는 자평이었지만 수련의 파동을 무난히 수습한 끝에 맞은 백일이라 이날의 총리실 주변 표정은 한결 밝은 듯 했다.
김 총리는 대화를 통한 행정과 총리의 직접 「태클」을 행정의 2대 지표로 삼아 서울대에 두 차례 나가 대학생들과 대화를 가졌고 광주단지사건, 대학제도개혁 등은 자신이 직접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
김 총리 취임 백일 동안에 접수된 민원은 2천1백94건으로 백두진 총리재임 6개월간에 들어온 5백26건에 비하면 4배가되었는데 측근에서는 『김 총리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여야의 팽팽한 대치에 양당 원내총무의 번갈은 유고가 겹쳐 국회 운영엔 어려움이 많다.
실미도 난동 사건 보고서 작성 문제로 김재광 신민당 총무가 사표를 내고 며칠 일을 보지 않는 통에 여야 총무 회담이 사흘이나 밀린 적이 있는데 이번엔 김재순 공화당 총무가 13일 하오 눈 수술을 위해 성심병원에 2주간 예정으로 임원.
추경안에 대한 상위예심 단독 강행, 야당의 법무장관 해임 요구 등으로 어려움이 많은데 선장을 잃은 공화당 부총무들은 당 간부들에게 SOS를 쳐 14일 하오엔 백남억 당의장이 총무단에 나와 원내 정략을 지휘했다.
백 의장은 『국회 운영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겹쳤다』면서도 『야당의 방침이 차차 바뀌지 않겠느냐』는 희망적 전망을 했다.
공화당은 추경예산안을 단독으로라도 심의한다 해서 13일 하오 관계상임위를 모두 소집했으나 상위의 여당 의석은 과반수 선을 간신히 갖고 있는데다 국무위원 겸직 의원·외유·기타 결석자들 때문에 신민당 의원이 전원 불참하자 모두 성원 미달.
재무·국방·상공위 등은 아예 회의 성립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회의실 문조차 열지 않았지만 내무·농림·건설위 등은 회의 채비를 해 놓고 몇몇 공화당 의원들끼리 잡담만 하다가 헤어졌다.
이 통에 해당 행정부처에서는 한아름씩의 보고 자료와 「브리핑·차트」를 가져와 대기하다가 되돌아갔는데 내무위의 경우 여당 의원끼리 간담회를 하느라고 내무부와 총무처 직원들이 수십 명이나 대기하는 것도 잊고 있다가 1시간반쯤이 지난 후에나 되돌아가라는 통보를 해주어 불평을 듣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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