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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이 생명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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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가정 내 아동학대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가 양극화하면서 부모의 스트레스가 곧바로 약자(弱者)인 아이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이제 아동학대에 대해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갖고 대처할 때다.

 지난달 24일 울산에서 계모에게 폭행당해 숨진 여덟 살 여자 어린이의 갈비뼈 16개가 부러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부검 결과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졌으며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여덟 살 아들을 학대해 피하출혈에 따른 쇼크사로 숨지게 한 혐의(학대치사)로 30대 아버지와 동거녀를 구속 기소했다. 아이는 장기간 골프채와 안마기로 맞았다고 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건수는 6403건으로 10년 새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학대 장소를 보면 ‘가정 내’가 5567건으로 전체의 86.9%에 달했다. 아이를 보호해야 할 가정이 학대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일어난 아동학대는 신고 건수의 100배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해 부모 등에 대한 처벌은 미온적이다. 형법상 학대치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돼 있지만 대개 징역 3~5년이 선고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지위에 있는 아이가 소중한 생명을 잃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약한 편이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15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된다.

 양형(형량 결정)만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50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신고를 접수해 현장조사에 나서도 부모들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아동뿐 아니라 부모에 대해서도 충동조절 등 심리치료와 양육 상담이 필수적인데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피해 아동은 보호시설에서 가정으로 돌아가면 다시 폭력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법원의 형량을 높이는 한편 조사 단계부터 경찰 수사와 연계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해 부모 등 가족도 의무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가시화할 때 아이 생명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