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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대만도 한반도 식 적십자회담 여건 조성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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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코너미스트=본사독점】좀 어정쩡한 소리이지만 이런 얘기는 어떨까. 『중공적십자사는 인도적 견지에서 20년 이상 상면조차 못하고 있는 이산가족들의 재회를 위해 대만의 장 정권 치하에 있는 적십자회와 회담할 것을 제의한다. 』이에 대해 『중화민국적십자사는 모택동도 당 정권이 내놓은 용기 있는 제의를 무한한 기쁨과 열의를 가지고 수락하는 바이다…』라고.
어느 모로 따져봐도 될성싶지 않은 얘기들이지만 최근의 상황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남북한 어느 쪽도 비정치적인 「제스처」를 거부하는 불명예를 모험할 수 없었던지 1953년의 한국전종전이래 처음으로 직접대면을 하게 되었다.
잠정적이긴 하지만 남북간의 접근이라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이 사태진전이 향항에 새로운 풍문을 불러 일으켰다. 즉 북평의 중공정권과 대만의 자유중국사이에 「의견교환」또는 「촉수」의 풍문이 일고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단계로서는 이들 두 「견원지간」이 그런 낌새나 구체적 움직임을 보였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양쪽은 이것이 어디까지나 『중국의 문제』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있다.
따지고 보면 중국대륙과 대만이 분단된 뒤 『비밀 리의 접촉』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중공 쪽이 언제나 제안하는 입장을 취한데 반해 자유중국 측은 『거절한다』는 대답으로 상대방의 제의에 주의를 기울였다는 표시조차 하려 하지 않았다.
예컨대 59년10월의 중공 측 제안은 지금 따져봐도 『웬만하다』싶을 만큼 대담한 내용이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장 총통의 맏아들이자 가장 강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장경국을 북평으로 「초대」하겠다는 대목. 『본토의 발전모습을 보고 대만에 돌아가는 즉시 미군을 철수시키도록』일종의 훈육여행을 시켜 주겠다는 얘기였지만 어쨌든 초대는 초대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귀를 의심하게 한 것은 『대만의 독립적 지위를 인정한다』는 귀절이었다.
즉 중공의 영토권만 인정하면 『정부조직·군사·국민당조직은 물론 국기도 지금의 청천백 일기를 그대로 유지하도록』양보한다는 내용. 영토권과 정부·국기의 관계가 어떤 것이기에 이런 제안을 다하나 싶지만 여하간 이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
중공이 지금 와서 이런 제안을 되풀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장개석 총통이 이 정도의 제안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까.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대답은 다음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편이든 제안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될 때까지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는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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