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염발생을 쉬쉬하는 단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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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달 31일 보사부는 처음으로 진성뇌염환자 2명의 발생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알려진 바에 의하면 첫 환자는 이미 8윌14일에 발병이 보고되었고, 17일에는 보건연구원의 조사결과 진성으로 판명되어는데도 쉬쉬하다 14일 이나 지나서야 뒤늦게 이를 발표했고 환자도 6명이나 발생하였으나 2명만 이라고 그 숫자를 줄여서 발표했던 것이다.
당국자는 『진성뇌염의 발생이 발표되면 여러가지로 번거로운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뇌염발생을 감추려 했던 것이라 한다.
뇌염발생은 이미 연례행사로 되어있다고 할 수 있으며, 금년에는 8월10일에야 그 첫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그 사실 자체를 보건당국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보사부가 이처럼 뇌염환자의 발생을 고의적으로 발표하지 아니하고, 어물쩡 넘어가려고 했기 때문에 도리어 사태를 악화시킨 사실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뇌염발생을 까맣게 모르고 안심하고 있는 사이에 도처에서 진성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결과를 빚고 말았기 때문이다. 실지로 9월2일께는 서울과 전남에서 진성뇌염 환자가 발생하였고, 전국에 방역 비상령이 내려진 가운데부산·대구·충주·춘천 등지에서 잇달아 의사뇌염환자 24명이 발생하여 그중 3명은 사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사부는 6일 현재까지도 전국뇌염환자는4명뿐이라고 쉬쉬하고 있는 것이다.
보사부가 이와 같이 발병환자의 숫자까지 허위로 발표하고 있는 것은 뇌염방역이 거의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뇌염환자가 많은 경우에 또 하나의 사회불안이 일어날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해마다 창궐하는 뇌염을 제때에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은 주로 보사부소관예산의 부족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점에서 그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하에 보건당국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고,국민의협조를호소하는것밖에는없지않겠는가.
보사부는 당초 금년도 예산편성 때 14세 이하 2백50만 명분의 예방접종비 5억 원을 요청했으나 예산액이 1천9백만 원으로 대폭 삭감되었고 16억5천만 원이 소요되는 뇌염모기박멸비만 하더라도 그 3분의l인 6천1백만 원 정도밖에 반영이 되지 않는 예산의 차질 때문에 뇌염방역이 불가능한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보사부는 다시 6일에는 관할뇌염연구원 당국자에게 뇌염모기의 집중번식보고 조차 발표 못하게 하고 있다 한다. 뇌염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금년도 모기 중에는 뇌염모기가 예년에 비해 4배나 많이 번식하여 뇌염경보를 울리고있으나 WHO에 보고도 하지 않고 조사결과 조차 발표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또 요사이 동해안일대에서 설사환자의 발생이 심하여, 혹시 그것이 전염성이 있는 「오가와」형 「비브리오」균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는데도 보사부가 그 진상을 발표하지 않아 일본 등지에서 한국의 「콜레라」오염가능성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까지 전한다.
우리는 보사부가 전염병의 발생을 일부러 보도하지 않거나 허위발표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전염병발생의 소문이 나면 민심이 흉흉해지고 외국에의 수출 등이 부진하고 관광객이 줄어들 것 등을 고려하여 발표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억제가 결국은 우리의 국가이익을 도리어 해치는 소행임을 왜 깨닫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이러한 전염병발생의 은폐는 WHO등 국제기구에서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되며, 그에 관한 사실보도를 억제하여 전염병을 크게 만연케 할 경우에는 우리 국민은 물론, 인류전체에 대해 해독을 깨치게 되어 인류의 복지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보사부당국자는 자기들의 일시적인 면책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민보건과 전체인류의 복지를 위하여 진실보도에 보다 과감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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