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서 만난 '우리의 문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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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진작가 안장헌(56)씨는 전국의 절집을 찾아다니며 밝은 햇살에 드러난 문살의 오묘함에 반했다. 창호지를 가로지르는 각양각색 문양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선 금당 안에 모셔진 부처님을 우러러보면 그 미소 위로 또 무늬가 펼쳐졌다.

그 뿐이 아니었다. 불단에도, 마당의 석탑과 부도에도, 지붕 위 와전에도, 눈길 돌리는 곳마다 무늬가 화려하게 피어났다.

안씨가 (사)불교문화산업기획단과 함께 엮은 '사진으로 보는 한국미-무늬'(호영출판사)는 지난 30년 전국의 문화유산을 순례하며 그가 매혹됐던 사찰의 문양들을 정리한 사진집이다. 한국의 전통 무늬를 건축.금속공예.석조.불상 등으로 나눠 2백50여점 컬러사진에 담았다.

안씨의 사진에 글을 붙인 이기선(불교조형연구소 소장)씨는 "무늬는 우리 문화의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이요,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젖줄"이라고 썼다.

이 사진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문양은 와전에 나타난 인간적인 모습이다. '얼굴무늬 수막새'에 드러난 조형미는 파격적이면서 현대적이다.

문양이면서도 조소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형미가 뛰어나다.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빚은 도깨비 문양의 기와들은 해학까지 곁들여 조상들의 여유를 읽게 한다.

율곡사 대웅전의 창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살.빗살.우물살 무늬들은 기하학적 만듦새가 정교하면서도 정감있다. 작가는 이 모든 무늬들에서 "정토를 가꾸는 장엄의 세계"를 보았다고 털어놓았다. 02-3442-5131.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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