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국무회의] 3시간 토론 10분 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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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 정부의 첫 국무회의는 형식과 내용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을 선보였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좌석배치다.

국무위원들과 나란히 앉았던 청와대 비서실장.국무조정실장.금감위원장.공정거래위원장 등 장관급 인사들이 뒷줄의 배석자 좌석에 앉았다.

"직급이나 비중을 고려하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규정에 따라 국무위원들만 앉도록 하라"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송경희(宋敬熙) 대변인이 전했다.

관례상 국무회의에 참석해온 서울시장은 참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래서 이명박(李明博)시장은 빠졌다. 청와대 측은 의제가 서울시장과 관련돼 있을 경우 배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점을 강조해온 盧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자료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은 건너뛰면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유도했다. 회의는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세시간 동안 진행됐다.

회의 중간에 10분간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신중식(申仲植) 국정홍보처장은 "청와대 의전과에서 국무회의 사상 10분간 휴식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한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에는 직접적으로 업무와 연관이 있는 총리와 행정자치.건설교통부 장관뿐 아니라 문화관광.농림.정보통신.환경.법무부 장관 등도 활발히 의견을 개진했다.

장관 임명식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캐주얼 정장 차림을 한 이창동(李滄東) 문화부 장관은 "내가 대구 출신인데 고향에 갔더니 1980년 광주에 버금갈 만한 공황 상태나 마찬가지더라"며 "대구시민의 분노와 좌절감은 대선 과정의 허탈감과 연결돼 심상치 않으니 단순 사고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정치적.종합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확인 시신 부분 등에 대한 민심이 안좋다"(金泳鎭 농림), "기술자로서 봤을 때 중앙에서의 결정이 신속히 이뤄지고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陳大濟 정통) 는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토론을 거쳐 재난기구의 창설과 법 제정을 지시한 盧대통령은 "미처 준비하지 않은 얘기들이 많이 나와 좋았다"면서 "토론 의제는 청와대와 총리실에서 준비할 테니 뒷줄의 배석자들도 참여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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