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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타성적 편성기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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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내외적 격동요인 때문에 경제정세가 혼미한 가운데 새해의 경제정책방향을 가늠하는 72년도 예산안이 국회심의에 넘겨졌다. 예산국회가 1일 개회되는 것을 계기로 새해예산안의 기조와 세출 입「사이드」가 지니는 문제점들을 지상 심의해 보면. <편집자주>
『예산은 하나의 예술창작』이라는 예산당국자들의 자만은 논외로 하더라도 최소한 선량하고 유능한 국민재산의 관리자로서의 비전조차도 찾아보기 힘든 새해예산안이 국회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새해 정부활동을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이 예산은 올해도 그저 연례행사의 하나로 불가피하게 어디어디에 써야하니 할 수 없이 좀 무리가 있더라도 더 쥐어짜야겠다는 식의 안이한 사고에서 한발도 앞서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그렇지만 새해예산이 유독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정세에 비추어 우리경제의 향 배가 중대한 시련기를 맞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불행하게도 3개월 여에 걸친 노작인 이번 예산은 만성적인 팽창일변도 예산으로 저간의 정세변화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음을 본다.
우선 새해 예산의 팽창 적 성격을 보자. 69년 말 이래의 이른바 안정화 시책 이후 최고의 팽창률을 이번 예산은 기록하고 있다. 총 규모 6천5백93억 원의 새해 예산은 올해의 5천2백42억 원(본 예산)에 비해 25·8%의 순 증을 의미한다. 이는 68년의 44·8%증 이후 해마다 축소되어 왔던 최근 3년간의 추세와는 완전히 반전된 양상이다.
정부는 새해예산증가율이 추경 3백11억 원을 포함한 5천5백53억 원에 비해서는, 18·7%밖에 늘지 않았다고 내세우고 있으나 전례로 보아 새해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추경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정부의 계산은 설득력이 없다.
60년대 후반기의 성장위주정책이 몰고 온 과열경기의 진정을 위해, 불가피했던 안정, 긴축공책이 이제는 포기도어도 좋을 만큼 경세호전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아무도 긍정적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대외적으로는 닉슨의 달러 방위조치, 원 화 평가절상 등에 따른 국제경제여건의 경화, 대내적으로는 환율·공공요금·기초 에너지 가격인상 등으로 유례없는 물가위기에 직면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심각한 자금난으로 업계의 불황기미가 짙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새해예산외 기저는 당연히 안정·긴축에 두어져야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양적 팽창만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세출구조면에서도 낭비성이 산 견 된다. 이제는 고질화되다 시 피한 정상지출의 증가와 재정의 경직화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소비성 경비의 지출증대는 항상 추경의 투융자증대로 호도 되어 왔는데도 해마다 그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투자지출과 소비지출의 비율도 69년의 36대 64에서 70년에는 34대 66으로, 71년에는 32·6대 67·4로 떨어졌고 새해에는 다시 31·2대 68·8로 줄어들었다.
물론 새해에도 추경으로 약간의 투융자를 늘러 이를 커버하겠지만 이 같은 재정의 소비지향성은 심각히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행정의 효율화, 기구간소화로 충분히 억제될 수 있는 일반 경비와 봉급 및 연금도 계속 15∼20%씩 늘어나고 있다. 더 우기 새해에는 1만2천명의 공무원 증원 계획까지 포함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경제가 발전하고 재정규모가 커질수록 일반재정의 소양성향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도 우리의 경우는 그 반대이다.
세입 면에서도「쥐어짜니까 되더라」는 식의 고식적인 편법이 원용되고 있다. 3차 계획의 재정수요 충족을 위한 세제개혁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성이 주장될 수는 있으나 한계에 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국민의 담 세 능력에 비추어 1천억 원의 세수증대는 많은 무리를 수반할 가능성이 짙다.
정부는 조세부담률이 15·7%로 전년도의 15·5%에 비해 0·2포인트 밖에 늘지 않았고 여타개발도상국의 예를 보더라도 이 정도의 조세부담률은 아직도 낮다는 견해를 펴고 있으나 평균소득의 저위, 소득분배 면의 불균형, 국민후생을 위한 반대급부가 태 무한 점등을 고려하면 결코 낮은 담 세 율일 수가 없다.
또한 일반재정 수요의 7·5%를 재정차관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지적될 수 있는 문제점이다. 투융자구성비는 올해의 32·6%보다 오히려 1·4포인트나 줄어들었는데도 재정차관수입은 올해의 4·6에서 7·5%로 늘어난 것은 결국 차관자금의 소비성향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부는 98·3%의 유례없는 재정자립도를 자랑하고 있으나 기실은 이 같은 재정의 차관자금의존을 고려할 경우 자질자립도는 훨씬 하회되며 이런 유의 안이한 재정운용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심각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총체적으로 보아 이번 예산은 국내외 정세변화에 기동성 있게 적용시킨 안정예산이라기보다는 3차 계획추진에만 지나치게 역점이 두어진 팽창예산의 성격만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예로 보아 물가상승이 거의 대부분 재정 팽창에 주도되어온 점을 그려할 때 새해예산에 잠재해있는 소비적 요인들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과감히 적출 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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