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잇단 정치 발언 … "정계 은퇴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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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에서 은퇴한 유시민(사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다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JTBC 뉴스9·정관용라이브 출연을 기점으로 SBS·YTN·CBS·TBS·오마이뉴스 등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면서 발언의 농도도 점점 진해지고 있다. 29일엔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자 29일 라디오에 출연해 “자기 분수와 직무에 맞는 담화를 내야지, 정치인을 훈계하는 담화를 내는가”라고 비판했다. “(정 총리가) 핀란드 정치인 운운하는데, 핀란드 정부가 검찰총장 쫓아내고 국가정보기관이 선거개입하고 하더냐”고 물었다.

 지난 2월 트위터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다”는 글을 올리고 여의도를 떠난 그였기에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에선 “정계은퇴를 한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유기준 최고위원은 “정계 은퇴에도 소멸시효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정치를 안 하겠다고 했으면 발언에 걸맞게 일체의 ‘유사 정치행위’도 그만두는 게 국민들 보기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나는 사업이 잘 안 되는 사람이고 끝나가는 사람”, “동안거(冬安居·승려들이 10월 16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90일 동안 외출하지 않고 사찰에 머무르는 일)에 들어간다”며 정계은퇴를 암시했었다. “한국정치에 괴상한 놈이 하나 왔다 갔다”고도 했고, “내게 정치는 내면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소모하는 일이었다. 이성과 감성, 둘 모두 끝없이 소모되는 가운데 나의 인간성이 마모되고 인격이 파괴되고 있음을 매일 절감했다”고도 했다.

 그러다 ‘직업으로의 정치’를 끝내겠다는 선언을 하곤 정치권에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약 8개월 만에 다시 그의 목소리가 여의도에 울리고 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툭툭 털고 가는 그의 모습 자체가 ‘자기 말을 스스로 뒤집는 정치’에 대한 풍자 같았다. 짠하기도 했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정치발언이 너무 많아서 다시 여의도로 돌아온 것 같다”고 평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유 전 장관의 지지자들은 “직업 정치를 안 하겠다고 했지, 정치평론을 하지 않겠다고 한 건 아니다. 꼬투리 잡지 말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참여계 천호선 대표가 정의당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그 계파의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유 전 장관의 말은 정치적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그가 잘 알 것이다. 쿨한 유 전 장관의 이미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인식·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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