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더힐, 최고급 아파트의 최강자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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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럭셔리 임대주택’인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아파트가 세입자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는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다. 분양전환 가격이 강남권 최고급 아파트 시세를 능가할지 고급주택시장의 관심을 끈다. [최현주 기자]

서울 고급 아파트 시장에 3.3㎡당 4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한다. 고급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이 아니라 강북에서다. 강남이 주도하는 고급주택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선 한남더힐. 임대주택인 이 아파트의 임대의무기간이 끝나 조만간 분양전환(소유권 이전)을 거쳐 고급 아파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데뷔하게 된다. 임대기간 동안에는 사고팔 수 없었으나 분양전환되면 재산권 행사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한남더힐은 지상 3~12층의 전용 59~244㎡형 600가구다. 대부분 전용 177㎡ 이상(467가구)의 대형이다. 이미 2009년 2월 분양 때부터 화제가 됐다. 분양가를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주택으로 사업승인을 받아 2009년 2월 분양됐다.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평균 4.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177㎡ 이상의 보증금이 14억~25억원이고 월세가 230만~420만원이었다.

 2011년 1월 입주 뒤 최소 임대의무기간인 30개월이 지나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올해 안에 분양할 계획이다. 현재 시행사(한스자람)와 입주자대표회가 분양전환 가격을 각각 감정평가하고 있다. 분양전환 가격은 양측 감정평가금액의 평균으로 정해진다. 양측이 제시하는 금액이 큰 차이를 보여 가격 산정에 진통을 겪고 있지만 업계는 3.3㎡당 4000만~5000만원으로 본다.

 이런 금액이면 강남권 최고급 아파트 못지않다. 재건축 추진 단지를 제외하고 강남권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들의 3.3㎡당 현시세가 4000만원 안팎이다. 이미 올 1월 1일 기준의 국토교통부 공시가격을 보면 한남더힐의 비싼 몸값은 예고됐다. 한남더힐 전용 244㎡형이 30억원 정도이고 같은 크기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가 28억여원이다.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250㎡형은 36억원이다. 2008년 3.3㎡당 4300만원에 분양된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용 241㎡형이 31억원 선 정도다. 한남더힐은 임대주택이어서 공시가격이 일반 아파트보다 10%가량 낮게 매겨지는 점을 감안하면 한남더힐이 최고 수준인 셈이다.

 한남더힐이 비싼 이유는 입지여건이 좋아서다. 단지 앞이 한강이고 뒤로 매봉산과 남산이 있는 배산임수형이다. 인근에 각국 영사관이 모여 있어 보안이 철저하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고급 주택이 많고 조용하다. 다리(한남대교)만 넘으면 강남이고 서울 도심도 가깝다.

 한남더힐의 데뷔로 고급 아파트 수요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게 됐다. 그동안 고급 아파트는 강남·서초구 등 강남권에 몰려 있었다. 층수가 높은 고층이 대부분이었다. 최고 층수가 타워팰리스 69층, 삼성동 아이파크 46층 등이다. 이들 아파트의 최고급 주택은 맨 꼭대기 층을 차지한다. 한남더힐에선 1~3층으로 단독주택이나 마찬가지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탁 트인 조망권을 따라 위로 올라가던 고급주택이 다시 땅으로 내려오는 추세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업무와 교육환경을 중시하면 강남으로, 쾌적성을 선호하면 한강변으로 고급주택 수요가 나눠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장원·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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