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조석래(78) 회장 일가가 효성캐피탈을 ‘차명거래 통로’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효성캐피탈이 2004년부터 올해까지 조 회장 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에게 총 1026회에 걸쳐 1조2341억원을 대출했다고 30일 밝혔다. 민 의원에 따르면 효성캐피털은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45) 효성 사장과 조현문(44) 전 효성중공업PG 사장, 조현상(42) 효성 부사장 등에게 총 598회에 걸쳐 4152억원을 빌려줬다. 효성 임원인 고동윤·최현태 상무가 714억3000만원을 대출받았고 그룹의 다른 임원들도 33회에 걸쳐 683억원을 빌려갔다. 노틸러스효성(4455억7000만원), 효성도요타(844억6000만원) 등 15개의 효성그룹 계열사에도 358번에 걸쳐 8049억8000만원이 대출됐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기자본 범위 내에서 대주주·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가 가능한 점을 활용해 필요할 때마다 500억~1000억원이 대출됐다”며 “현재까지 불법 대출이 확인된 바는 없지만 효성 총수 일가가 효성캐피탈을 사실상 사금고로 이용한 건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 시 이사회 전원 결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사회 멤버가 모두 가족들이라 통제가 안 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효성 측은 “실제 빌린 돈이 많지 않은데도 캐피탈의 대출기간이 짧다 보니 금액이 중복 계산돼 커졌다”며 “특수관계인에 대해 대출된 돈은 연말 평잔 기준으로 9년간 평균 383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