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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브라질」식생활 개선 도맡은 박영근 교수 미주(25)|현장취재…70만 교포 성공과 실패의 자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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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상우파울루(브라질)=김석성 순회특파원】「브라질」처럼 원시와 현대생활의 차가 심한 나라도 드문 것 같다.「리오데자네이로」에서「상우파울루」에 이르는 도시사이에는 6시간에 주파하는 고속침대 「버스」가 밤낮없이 달리고 있는가 하면, 두 도시의 하늘에는 30분마다 승객을 실어 나르는 정기항공편이 오간다. 인구 5백50만 명의「상우파울루」시에는 「유럽」에 뒤지지 않는 고급시설의「레스토랑」만도 8천 개, 평균 8분 비율로 집 한 채씩 신축된다는 번화 도시-. 그러나 이「도시의 띠」를 한 걸음만 벗어나면 하루 20∼30「센트」짜리 노동자가「화베라」또는「무칸보」라고 부르는 빈민가에서 그야말로 동물적인 생활을 하고있다.
「브라질」하면 한마디로『이것이「브라질」이다』라고 상징할 수 없다는 것-. 그만큼 「브라질」은 갖가지 인종이 제나름의 생활권에서 현대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브라질」 정부가 무엇보다 사회복지의 정책으로 기울이고 있는 것도 역시 생활개선문제-. 이 생활개선의「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캄비너스」대학교수 박영근씨(40)의 설명을 들으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캄비너스」주립대학교 교수 겸 부설식료품연구소 생화학주임으로 있는 박영근 씨는 58년도 서울대의대 출신. 졸업직후 미국「미네소타」주립대학교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다음 64년에 「브라질」에 건너갔다.
이 식료품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주로 「브라질」국민의 주식개선에 따른 영양향상의 연구를 도맡아 한다. 국제식량농업기구와 연방정부에서 도와주는 연구비는 연간3만「달러」-. 「브라질」의 국내대학에서 식료품연구소뿐 아니라 한국에서 말하는 식품학과 같은 연구학과가 있는 대학은 「캄비너스」대학 하나뿐이라고 한다. 「캄비너스」대학교는 우리 나라의 어느 지방대학처럼 규모나 시설이 작았다.
「브라질」의 국토면적은 8백51만9천6백 평방㎞. 소련·「캐나다」·중국다음으로 큰 넓이로 우리 나라 넓이의 근 40여 배. 지구전표면의 6%에 달한다. 그런데도 경작되고 있는 토지는 경지전체의 약 5%라니 개발이 까마득한 나라다. 특히 동북지방이나 「아마존」유역지방은 원시생활을 벗어나지 못해 유아의 사망률은 출생 아의 16%, 영양실조도 중요한 사회문제로 되어있다.
현재 박씨의 연구「팀」이 주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만조카」옥수수의 이용문제.「만조카」는 흡사 감자와 같은 맛으로 전분이 70%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북부 원주민들은 실지로 주식으로 많이 먹고 있다.
이「만조카」의 전분을 분해, 세균효소처리로 영양가를 대폭 올려 국민영양을 위한 식료품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만조카」에 세균을 배양하는 효소처리는 고압㎏의 압력을 가해 고열로 분해하면 된다는 것. 이「테마」를 내년 말까지 마치기 위해 박씨「팀」은 계속 연구중이라고 했다.
이「테마」가 완성되면 「브라질」은「만조카」로 유아식품을 대량으로 만들어「유럽」과 북미지역에 수출품으로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로 학계의 관심 대장이 된「캄비너스」대학교 식료품연구소에는「펜실베이니아」대학의「험프리」교수, 일본 동경대학교의「이즈까」교수 등 식품영양학계의 원로들이 둘러보곤 한다.
농촌은 말할 것 없이「리오데자네이로」나「상우파울루」의「화베라」에 사는 빈민노동자의 영양개선도 당장 급한 사회문제-.
이 숫자는「리오」에서 80만 명,「상우파울루」에서 50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되어「카톨릭」대사제가 구제운동을 할만큼 극빈자의 구호문제가 심각하다.
박씨는 금년 말 열릴 제4회 세계응용미생물학회에「브라질」대표 3명중의 한「멤버」로 참가할 예정. 『오랜만에 고국에 한번가보고 싶다』는 박씨는 독일여인과 결혼, 대학주변의 사택에 살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도 먼저 국민의 주식이 되는 식품을 골라 식생활을 개선하여 국민의 영양을 향상시키는 일이 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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