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향 외면한 새해예산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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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세출규모를 6천8백42억 원으로 하는 72년도 예산안을 편성, 공화당과 협의하고 있다 한다.
보도에 따르면 새해예산안은 세입규모를 세출규모보다 2백95억 원이 적은 6천5백47억 원으로 책정하는 적자예산의 성격으로 편성되었다 한다.
또 세출예산의 증가율은 71년도의 본예산증가율보다 근 2배나 되는 30%에 이르고 있어, 다시 팽창예산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갖고 있다. 세출증가 면에서는 재정투융자의 대폭적인 증가를 기하여 투융자증가율은 무려 42·1%에 이르고 있으며 국방비증가율도 29·2%로 예상하고있다.
이러한 세출수요의 증대 때문에 내국세증가율을 26·2%로 예정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재정차관증가율도 81·6%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정부와 공화당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세출 입 규모·적자예산·조세수입증가 율 및 재정투융자증가율 등이 상당히 조정될 것이라 하겠으나 과거의 예로 보아 큰 변동은 기대할 수 없다 하겠다. 그러므로 보도된 예산안의 대강이 그대로 반영된다는 전제를 일단 받아들인다면 72년도 예산안은 몇 가지 점에서 신중히 검토해야할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예산편성의 전제는 6%의 물가상승과 9·5%의 GNP성장률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고도성장기조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것은 근자의 국내외경제동향과는 명백히 부조화되는 느낌을 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계는 심각한 불황 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며, 부분적으로 감원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의 그러한 불황의식은 투자율에 반영되어 올해 투자율이 저 락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경제동향을 고려할 때 예산편성의 전제와 현실사이의「갭」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문제라 할 것이다.
둘째, 팽창예산과 적자재정, 그리고 대폭적인 투융자증가는 경제동향을 불황으로 간수할 때 일 응 논리적 타당성을 가진다할 것이다. 그러나 반면, 이 경우 물가동향을 고려할 때 「딜레마」에 빠진다. 6·28조치 후 내자동원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율조정에 따른 물가상승「무드」가 잡힌 것도 아니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예산자체가 처음부터 적자요인을 그대로 간직한 채 팽창예산을 들고 나온다는 것은 불안감을 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세 째, 지금의 경제동향을 업계가 주장하는 대로 불황이라고 단정한다면, 내국세증가율 26·2%는 과중한 부담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더 우기 성장률이 예상 치에 미달될 때 조세압력은 불황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하지 않을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를 이와 같은 몇 가지 각도에서 분석할 때, 72년도 예산안편성에서 가장 중요시해야할 점은 경제동향에 대한 평가문제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제동향은 여러모로 정상궤도를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을 뿐 만 아니라, 국제경제환경도 우리에게 결코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지만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타성대로 계획치를 전제로 하는 안이한 전제를 놓고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은 경기정책을 도외시하는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예산편성의 기본자세를 현실화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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