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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중립화론의 허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3일 미 하원외교위원회는 이 위원회에서 지난 6월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한미관계」 비밀청문록 사본을 공개, 이 자리에서 「윌리엄·J·포터」 전 주한미대사가 『긴장완화의 가능성과 한반도의 중립화논의가 종종 있었다』고 증언했음이 밝혀졌다.
한반도의 중립화논의는 실장 과거에도 심심치 않게 외신에 오르내린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예를 들어 해외한국인 모모인사의 발언을 비롯해서 「이코너미스트」지(58·5), 「맨스필드」 미 상원의원(66·10 및 67·1), 「드골」 불 대통령(64·11), 고 「로버트·케네디」 미 상원의원(64·10), 「라이샤워」 전 주일미대사(67·1)의 발언 등이 곧 그것이다.
그러나 미 하원분과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공식으로 논의되고 현지 주한미대사가 증언했다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서 우리는 때가 때인 만큼 매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미 하원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논의했다하더라도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진단하는데 부과한 것이고, 또 「포터」대사의 증언자체도 『한반도의 중립화라는 사태에 도달할 수 있는 명확하고도 뚜렷한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이 문제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임 있는 일부 미국사람들 가운데서 비공식적으로나마 어쨌든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이 오가고」있다는 사실은 한국민으로 하여금 그것이 미칠지도 모르는 영향을 중대시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립이라 하더라도, 그 국제권력정치상 차지하는 의미에 있어서는 나라에 따라 상당히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스위스」와 같이 국제조약에 의해 보장되어있는 영세중립국, 「오스트리아」와 같이 국내법으로 선언하고 국제적으로 승인된 중립국, 정책으로 중립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경우 등은 그 몇 가지 실례일 것이다.
또 동·서 양 진영의 대립에 대하여 군사적 면에서의 동맹관계를 갖지 않고 이른바 「비동맹」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인도와 인니가 있는가하면, 「제네바」 14개 국회의에서 선언한「라오스」의 중립 형태 등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사 한국의 중립화 논의가 현실문제로 대두한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다기 다양한 중립형태가운데서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 가도 문제이지만, 우리의 견해로는 그 어느 것도 한반도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비현실적이며 불가능하다는 것만은 똑똑히 지적해 두어야 할 것 같다. 흔히 「오스트리아」의 경우가 논의되기도 하지만, 이 나라는 분할점령후의 중립화 독립이라 하더라도 군정하 연합국이 통일행정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중립화통일은 주권회복조약과 함께 이루어졌던 것이다.
한국은 분단이후 남북간에 이질적인 체제가 확립되었고, 6·25라는 전쟁상태를 거처 현재까지도 적대관계에 있는 것이나 우리의 경우 중립화를 생각하기 전에 북괴가 시종일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보면 중립화가 얼마나 환상적인 것인가를 누구나 알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북괴는 적화통일의 야욕을 잠시도 버리지 않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 주한미군철수·남북군축·연방논 같은 것을 주장하고 있다. 북괴의 주장대로 할 때 한반도에서 어떤 사태가 일어날 것인가는 뻔한 것이다. 더우기 긴장완화니, 평화공존이니 하지만, 우리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와 공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 것이다.
16일 국회외무위에서 김 총리·김 외무 등도 밝힌 바와 같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통일을 위해 『수많은 가능성을 놓고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것을 찾아야 할 것이나, 중립화 논의는 현재로선 시기상조』이며, 그것보다는 정치면에서 뿐만 아니라 군사면 등 모든 면에 걸쳐 자유제국과 더불어 긴밀한 협조관계를 가지는 것이 우리의 국가이익에 더욱 유익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누구에 의한 것이건 무책임한 중립화론을 단호히 배격하지 않을 수 없으며, 한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한국의 장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이 기회에 새삼 역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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