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 쏠린 이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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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판문점엔 또다시 온 겨레와 세계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20일 판문점에서 남북적십자대표가 만나기로 되고 여기서 북한적십자사가 서한을 우리측에 전달하게되자 『20일 정오의 판문점은 무엇을 낳을 것인가』로 촛점이 맞춰졌다. 판문점은 휴전이후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정전위원회가 열려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군사회담이고 「유엔」군 대표와 북괴와의 사이에 판에 박힌 주장의 되풀이였지 남북대화는 아니었다. 남북적십자대화가 이어질 역사적인「만남」은 아마도 군사정전위가 열리고있는 본회의장이 될 것 같다.
푸르스름한 「페인트」가 칠해진 나지막한 단층건물인 본회의장 한복판 「테이블」엔 군사분계선이 흐르고있어 남북대좌를 실감케 한다. KNA(창낭호)승객, 「푸에블로」 승무원 송환협상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도 이 탁상 위에서 매듭지어졌다. 본회의와 비서장 회의가 열리지 않는 날은 늘 본회의장이 비어있으므로 적십자대표가 만나는 장소로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적십자대표가 판문점에 나간 것은 13년전 KNA기 승객송환교섭 때가 처음이며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58년3월6일 대한적십자사의 김호진 대표가 나갔을 때 북괴는 평양정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적십자대표 뿐 아니라 미대사관과 서독대사관대표에게까지 북괴가 멋대로 작성한 승객인도문서에 서명을 요구했다(미국과 서독승객이 2명씩 끼여 있었기 때문).
1백71차 군사 정전회의에서 공산측이 요구한 「정부 대 정부」의 송환회담을 「유엔」측이 거부하자 1백72차 본회의에선 공산측이 회담장 밖에 「테이블」과 「펜」과 「잉크」를 갖다놓고 군사정전위대표 아닌 북괴정권대표로서 김준경 북괴상좌에게 서명하고 승객을 인도해가라고 주장했다. 공산측은 26명의 승객을 태운 「버스」를 북쪽 뜰에 대기시켜놓고 인질극을 벌이는 것이었다. 미국측과 서독측은 서명했으나 김호진씨는 7시간이나 승강이를 벌이고 4장의 문서 가운데 2장만 「사인」하고 책상을 치며 퇴장, 북괴 김준경 상좌는 『좋다. 「버스」(송환될 승객이 탄)를 뒤로 빼 돌렷』하면서 노골적인 인질극으로 으름장을 놨다. 밤7시20분께야 서명이 끝나고 26명의 승객이 자유를 찾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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