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간부 체포>
지금부터 2천5백년전 중국춘추전국시대에 오나라의 손자는 그의 병법서에서 간첩을 5가지로 분류해 놓았다.
향간·내간·반간·사간·생간이 바로 그것이다. 손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쓰고 『적을 아는데는 반드시 사람을 통해 적의 기밀을 탐정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적의 기밀을 탐정 하는 첩자로 오간을 든 것이다.
향간은 적의 국민을 우리측의 첩자로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내간은 적 관리나 장졸을 첩자로 삼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반간은 적이 보낸 첩자를 역이용하는 것이며, 사간은 허위사실을 조작하여 우리측 첩자로 하여금 이 사실이 허위인줄 모르는 채 적에게 전하게 하는 것으로 허위사실이 밝혀지면 우리측이 보낸 첩자는 적에 의해 죽게되며, 생간은 공작원을 적국에 밀파하여 기가 관찰한 바를 죽지 않고 돌아와 적정을 보고할 사명을 갖고 가는 우리측 공작원을 말한다.
손자는 또한 『먼저 적의 간첩으로서 우리측에 잠입하여 기밀을 탐지하는 자를 반드시 색출, 돈과 이익으로 포섭하고 그를 잘 인도하고 숙소를 마련하여 우리에게 정이 끌리게 하면 그가 도리어 우리의 첩자가 되어 우리에게 유리한 적정을 제공할 것이니 이러한 반간을 찾아내어 우리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것』을 역설, 오간 중에서 반간을 으뜸으로 꼽았다.
우리공군 특무부대는 북괴간첩 김모를 반간으로 활용하여 얼마동안은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붉게 물든 머리는 마침내 다시 흉모를 나타내 발악을 시도했으며, 끝내는 저승으로 가는 길을 앞당긴 결과가 되었다.
우리공군 특무부대는 비밀전근무에 여념이 없었던 어느 날 간첩 김모를 검거했다. 부대본부로 이송돼온 간첩 김은 처음부터 바보로 가장했으나 우리들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오히려 바보로 위장하는 간첩일수록 거물급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김은 정보관들의 간첩심문과 전략심문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두고 세밀한 관찰을 계속하던 중 김이 무심결에 「마이신」주사를 놔 줄 수 없느냐』고 요청해왔다. 문이 번쩍 띈 나는 「마이신」주사를 어떻게 아느냐』고 다구쳐 물었다.
『이북에서 30여대나 맞았다』는 김의 대답이었다. 나는 곧 군의관을 시켜 김의 몸을 면밀히 검사해 줄 것을 의뢰했다. 군의관은 신체검사를 끝내고, 김은 폐병을 앓고있으며 과거에 「마이신」 주사를 맞은 반응이 나타났다고 보고해왔다. 나는 이 사실로 김이 거물급 간첩임을 확신했다. 왜냐하면 북괴에서는 2급(차관급) 이상이라야 「마이신」주사를 맞을 수 있었고 이 이하사람들은 「마이신」같은 값비싼 약품혜택이라고는 상상도 못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도 김은 심문관이 물으면 엉뚱한 거짓말로 딴전을 부리며 좀처럼 그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대개 거물급 간첩들은 자기가 거짓말을 해도 속지 않을 상대자라든가 자기보다 이론이나 실정파악 면에서 탁월하다고 생각될 때 비로소 말문을 여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후 김에 대한 심문은 공산주의자들의 이론과 수법 및 북괴실정을 잘 아는 심문관들이 주로 맡았다. 우리는 김에게 『너의 허위진술에 넘어갈 우리가 아니다. 책임지고 너의 폐병을 고쳐주고 생명을 보장하며 참다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줄 터이니 제대로 이야기하자』고 제의도 하고, 며칠 밤을 새우며 이른 토론을 계속한 끝에 마침내 김은 마음을 돌려 이실직고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김은 경상도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일정 때 일본중앙대학을 졸업하고 그후 북괴공산당원으로 소련공산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바도 있으며 한때 북괴공군에도 근무한 두뇌명석하고 기억력 좋은 고등간첩이었다. 김은 지하군사조직, 군사기밀탐지, 요인포섭, 요원대동월북, 후방교란 등 고도의 밀봉교육을 받고 남파된 자였다. 그러나 입을 열기 시작한 김은 북괴의 고위층 내막, 북괴공군의 증강계획을 포함한 각종정보, 북괴의 소위 대남 공작방향과 방법 등 정확한 정보를 털어놔 진심으로 개심하여 대한민국에 협조하는 듯이 행동했다. 그런데 이 무렵까지 북괴는 김의 체포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김을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반공정신과 이론이 투철한 감시원을 붙여 김을 경기도 모처 안전가옥에 수용하고 감시원들로 하여금 계속 김이 마음을 돌리도록 설득하게 했다.
그러나 얼마 후 감시원 감독자로부터 감시원들이 약간 흔들리는 것 같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우리는 즉각 김과 감시원들을 분리시켰다. 감시원들을 조사한 결과 김은 그 동안 인간적인 동정을 베푼 이들 감시원들을 명석한 두뇌로 짜낸 감언이설로 반대로 세뇌시켜 극장구경 가자는 등 외출을 조르고 있는 중이었다. 김의 소지품을 수색한 우리는 김이 북괴 괴수에게 보내려고 쓴 보고문을 발견했다.
김은 미농지에 쓴 이 보고문을 화랑 담배 개비 속에 말아 넣고 양쪽 끄트머리에 담배를 조금 넣어 숨겨 가지고 있었다. 보고문은 남파될 때 북괴괴수가 직접 내린 지시를 어기고 배신한 것을 사과한다는 것과 이제부터 본래 사명을 완수할 것을 맹세한다는 내용이었다. 병을 고쳐주고 자기목숨을 건져준 호의를 짓밟고, 또한 참다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재생할 수 있도록 애쓴 우리의 성의도 무시하고 다시 간첩행위를 할 작정이었던 것이다. 개전의 정이 없다고 판단한 우리는 김을 군법회의에 넘겼다.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 군목의 마지막 기도가 끝나자 김은 자기를 한번만 더 살려준다면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대한민국에 충성을 다하겠다고 또 한번 거짓말을 하며 살려달라고 애걸했다는 것이다.
인간을 기계처럼 취급하고, 자기의 독재유지와 흉계를 위해 반대파에 대해 무자비한 피의 숙청으로 아로새겨진 북괴공산당에 대한 어리석은 생각을 끝내 털어 버리지 못한 김의 경우, 그 혼백은 어디를 헤매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투철한 승공정신으로 북괴의 각종수법에 속지 말아야 하며, 그들의 흉계를 폭로하여야 할 것이다. <계속><제자는 필자>제자는>계속>거물간부>
(231)제16화 한·미 합동첩보비화 「6006부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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