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시청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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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청률은 TV 프로그램 편성에서 ‘제왕’ 같은 역할을 한다. 프로그램의 인기 여부를 보여주고, 광고 판매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정확성을 생명으로 한다.

 국내 시청률 조사가 실제 시청 행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시청률 조사 양대 기관인 닐슨코리아와 TNmS 모두에 적용되는 사항이다. 특히 젊은 세대가 주축인 1~2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시청률 왜곡’ 현상마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판은 28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률 자문기구인 미디어다양성위원회 회의에서 제기됐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시청률 조사 표본이 지나치게 고령화돼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통위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각 사의 표본 구성에서 40대 이하 젊은 세대 비중은 201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표본 관련 사항은 영업 비밀로 분류돼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닐슨코리아와 TNmS의 표본 가구는 각각 약 3000가구다. 통계청 집계 가구주 연령별 구성에서 15~39세의 비율은 27.3%인 반면, 닐슨코리아와 TNmS의 표본에서는 각각 9.8%, 6.5%에 그쳤다. 60대 이상 가구주 비중도 통계청 자료는 25.3%지만 닐슨은 31.6%, TNmS는 37.5%을 차지했다.

 또 통계청의 조사에서 1인 가구 비율은 23.9%였지만 닐슨코리아는 5%, TNmS는 4.8%를 반영하는 데 그쳤다. 4배 이상의 오차가 발생했다. 반면 4인 이상 가구의 경우 닐슨은 32.9%, TNmS는 30.5%로 통계청 자료 22.5%보다 과도한 비중을 차지했다.

 양 조사기관 측은 “표본에 일부 오차가 있지만, 수집된 데이터에 가중치를 적용해 보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성호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 정도 오차면 가중치를 적용해도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 현재 시청률이 젊은 층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젊은 층에 인기 있는 JTBC ‘썰전’ ‘마녀사냥’은 평균 2% 안팎의 시청률이었지만, 매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르고 유료 다시보기(VOD) 판매 실적도 각각 70만 건(7개월), 26만 건(1개월)을 기록했다.

 이런 부정확성은 피플미터를 부착하는 패널을 모집할 때 유선전화조사(RDD방식)를 하는 탓이 크다. 유선전화가 없는 세대의 비중이 26.5%(마케팅인사이트 조사)에 이르고, 전화 조사가 오후 9시까지만 이뤄져 늦게 귀가하는 젊은 1~2인 가구는 대거 배제됐다는 분석이다.

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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