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매 온기 중대형으로 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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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집값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대형 아파트 경매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경매 입찰자로 북적거리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법정. [사진 지지옥션]

지난 21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법정동. 경매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빈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분당신도시 이매동의 아름마을 137㎡형(이하 전용면적)에 입찰자 18명이 몰렸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5억7000만원)의 95% 수준인 5억4152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에 참여한 박모(52)씨는 “인기 있는 중소형도 아니고 중대형이라 5억원(87%)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23일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에 있는 하이파크시티일산아이파크 146㎡형도 감정가(5억3000만원)의 95%에 육박하는 5억1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입찰 경쟁률은 16대1을 기록했다.

 아파트 경매시장 온기가 중대형으로 퍼지고 있다. ‘찬밥’ 신세였던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경매에 사람이 몰리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물론 낙찰률(매물 대비 낙찰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 그동안 중대형 아파트값이 크게 떨어진 데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중대형 가운데에서도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6억원 이하 물건이나 85~135㎡ 이하 중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지옥션 조사에 따르면 10월 서울·수도권 중대형 아파트(낙찰가 6억원 이하)의 평균 낙찰가율은 79.4%다. 한 달 새 2.8%포인트 올라 85㎡ 이하 중소형의 증가율 1.8%포인트보다 상승폭이 컸다.

 경매시장에서 중대형 인기가 오르는 데는 집값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한다. 8·28 전·월세 대책 이후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간 가격이 크게 떨어진 중대형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중대형 아파트값(9월 말 기준)은 2008년 3.3㎡당 1545만원에서 5년 만에 16% 하락해 1308만원 선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소형은 가격 변동이 거의 없지만 중대형은 크게 떨어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과 중대형 가격 차가 좁혀지면서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이유다. 서울·수도권 중소형과 중대형 아파트값 차이는 지난달 말 현재 3.3㎡당 277만원으로 2008년 476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여윳돈을 조금 보태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실수요가 경매시장으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 종료가 다가온 것도 영향을 미친다. 연말까지 6억원 이하 주택(1가구 1주택자 보유)을 사면 5년간 양도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수도권 6억원 이하 중대형의 이달 낙찰률은 6억원 초과 중대형보다 10%포인트 높은 45.1%다. 낙찰가율도 6억원 이하가 2%포인트 높다. 강 대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입찰 과정에서 해당 물건의 주인이 1가구 1주택자인지 확인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이런 물건은 같은 크기, 같은 단지라도 경쟁률이나 낙찰가율이 더 높다”고 말했다.

 낙찰가율이 오르면서 고가 낙찰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매 브로커가 고가 낙찰을 유도하는 경우가 잦아 유의해야 한다. 감정가는 경매에 나오기 3~6개월 전에 정해지기 때문에 반드시 현재 시세를 확인하고 입찰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가격이 떨어져 감정가격이 시세보다 비쌀 수 있다. 홍석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장은 “가격이 싸더라도 중대형은 아직까지 주택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지 않아 실수요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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