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잊지 않는 한국 자랑스럽다'는 증손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안중근 의사의 증손자 안보영씨가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분들이 안중근(1879~1910) 의사를 잊어버릴까봐 항상 걱정했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많은 분들이 여전히 그 분을 존경하고 있더군요. 한국분들께 깊이 감사합니다.”

 안중근 의사의 증손자인 안보영(50·미국명 토니안 주니어)씨가 어머니인 청즈잉(程志英·80·중국계) 여사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두 사람은 안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 의거 104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안중근의사숭모회(이사장 안응모) 주최로 열린 이번 기념식은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일으킨 안 의사의 의거를 기념해 지난 26일 서울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렸다. 보영씨는 안중근 의사의 차남 안준생(1907~51)씨가 낳은 고 안웅호(미국명 토니안)씨의 아들이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안씨는 “많은 분들이 안 의사를 잊지 않고 추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번 방한이 매우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모범이 됐기에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할 이유가 많다.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위치에 섰고 그만큼 책임도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면서 동시에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더 모범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말을 마친 안씨는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면서 “대한민국 파이팅”을 한국어로 외쳤다.

 청 여사는 “안 의사를 추모하기 위해 한국에 와서 너무 기쁘다”며 서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청 여사는 중국 광둥(廣東) 출신 미국 하와이 이민자의 후손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안 의사의 손자인 안웅호씨를 미국에서 만나 결혼해 슬하에 안보영씨와 2녀를 뒀다. 미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지역에 거주하는 안씨는 미국 통신업체인 AT&T에서 일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세례명 토마스)처럼 가톨릭 신자인 안씨 모자는 31일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한 뒤 11월 2일 출국할 예정이다.

 정 추기경의 집안은 안중근 의사 집안과 사돈지간이다. 안중근 의사의 차남 안준생씨가 정 추기경의 5촌 고모(작은할아버지의 딸 정옥녀씨)와 결혼해 낳은 아들이 안보영씨의 아버지 안웅호씨다. 따라서 정 추기경과 토니 안 주니어는 7촌간이 된다.

 한편, 이 자리에 같이했던 원로 사학자인 최서면(85) 국제한국연구원 원장은 안씨 모녀에게 안 의사의 업적을 담은 희귀 자료집을 선물했다.

글·사진=장세정 기자

의거 104돌 기념식 참석
아시아의 모범국 돼 뿌듯
내일 정진석 추기경 예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