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反 금병매]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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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반금련의 부모는 자기 딸아이의 발이 세 치 이상 자라지 않아 예쁜 발을 가진 미인이 되라고 금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과연 그 바람대로 딸아이의 발은 손바닥에도 올려 놓을 만큼 자그마하고 앙증스럽게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금련'이 된 셈이었다.

반금련이 아홉살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가 갑자기 죽어 어머니의 삯바느질로는 그 많은 식구들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 금련은 왕초선네에 팔려가 악기를 다루고 노래하는 법을 배웠다. 금련은 원래 영리한 아이라 열두세살이 못되어 눈썹과 눈을 그리고 분과 연지를 바르는 화장법, 자수놓는 법, 글을 읽는 법, 머리를 틀어올리고 옷을 맵시있게 입는 법, 애교를 부리는 법 등을 배웠다. 소위 기생 수업을 받은 것이었다.

금련이 열다섯살 되었을 때 왕초선이 죽는 바람에 금련의 어머니는 금련을 다시 은 30냥에 장대호 집으로 넘겨주었다. 장대호 집에서 금련은 비파를 배우고, 함께 하녀로 오게 된 옥련은 거문고 비슷하게 생긴 쟁을 배웠다. 방년 16세인 옥련은 그 이름 그대로 얼굴이 백옥같이 희고 고왔다.

금련과 옥련은 한 방에서 기거하게 되었다. 금련은 옥련의 티없이 맑은 얼굴을 부러워하고, 옥련은 금련의 몸매와 작은 발을 부러워하였다. 금련은 자기보다 한 살 많은 옥련을 언니라고 부르며 따랐다.

"언니, 어쩌면 얼굴 피부가 그리 좋아? 무슨 비법이라도 있는 거야? 있으면 나한테도 가르쳐 줘."

금련이 보채듯이 물으면 옥련은 빙긋이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번에는 옥련이 금련의 발을 칭찬하며 말했다.

"세상에서 금련이만큼 예쁜 발은 본 적이 없어. 여자인 내가 보아도 반하는데 남자들이 보면 보는 순간 그만 반하고 말 거야. 어디 발뿐이야? 몸매와 얼굴도 어쩌면 이렇게 아리따울까."

금방이라도 옥련이 금련의 발을 만질 태세였다.

"언니, 내가 예쁜 발을 지녔다고 하지만 사실은 전족을 하지 않은 시장 바닥의 아낙네들이 오히려 부러울 때도 많아. 그 아낙네들은 머리에 무거운 항아리를 이고도 씩씩하게 잘 걸어가는데 나는 발에 힘이 없어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고 기운이 빠져버리거든. 전족한 여자들 중에는 해바라기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고 하던데."

"하긴 여자의 발을 기호품 정도로 여기는 남자들의 취향 때문에 나도 금련이 같은 발을 부러워하는지도 모르지. 내 발은 철련 정도 될 거야."

"왜 남자들은 발이 작은 여자를 좋아하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발이 작아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걸을 때 실룩이는 엉덩이를 보고 그러는 걸까? 그렇게 걷다 보면 허벅지 살이 탄력을 얻어 여자의 음문이 좁아진다나 어쩐다나. 그리고 여자들이 멀리 도망가지 못하도록 전족을 하게 했다는 말도 있지. "

"남자들은 자나깨나 그 생각밖에 안하나 봐."

"근데 전족을 한 발이 힘이 없어 걷기가 어려울 때는, 생백반 한냥과 적동 가루 한냥에 찬 물 한 그릇과 뜨거운 물 한 그릇을 부어 푹 달여내 그 탕약 김에 발을 쐬면 좋아진다고 하더군. 금련이도 한번 그렇게 해봐."

"그렇게 해볼게. 언니, 고마워."

금련이 슬며시 옥련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손으로 옥련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그러다가 금련은 옥련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것을 느끼고 깜짝 놀라며 손을 떼었다.

함께 지낸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옥련은 꽃다운 나이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백옥같이 희고 고운 얼굴은 미색이 아니라 폐가 좋지 않은 환자의 병색이었던 것이었다. 언니로 의지하던 옥련이 떠나가자 금련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 외롭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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